수주실적, 안전한 시공능력에 책임방기 없는 모습까지 갖춰야

 

 

라오스 정부가 자국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사고 원인을 발표한 지 꼬박 한 달이 지났다. 세 차례의 현장조사와 지질조사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조사결과였다. 그들은 흙으로 쌓은 보조댐에 미세한 관과 물길이 생기면서 누수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침식과 지반 약화가 붕괴 원인이라고 밝혔다. 폭우에 따른 범람이라 주장하던 SK건설의 주장과는 다른 인재를 원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SK건설은 라오스 정부의 당일 즉각 반박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보상과 관련한 SK건설의 별다른 공식입장은 없다. 일부 시민단체는 반박에 대한 구체적 증거라도 제시하라고 요구하지만 함구하는 등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와는 별개의 또 다른 사례를 접했다. 대우건설이 대전 도안 택지지구 개발사업에서 임시저류지를 당초 계획한 시공 규모보다 축소해 지은 탓에 저류지가 장마철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며 인근 농민이 침수로 인한 상당한 피해를 본 것이다. 상당수 농민들은 즉각 문제를 제기하며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고 시공사 측에 문제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결국 법원에 소송을 내 1인당 최대 5800만 원까지 보상금을 받으며 일단락 됐지만 그 이후 대처가 문제였다. 대우건설은 뒤늦게 피해를 제기한 또 다른 농부에 대해선 사고발생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을 근거로 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같은 사안으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A집단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졌고 B집단은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규모의 차이는 크지만 두 사고의 공통점이 있다. 일단 폭우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과 시공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건설사가 책임을 미루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한 대형건설사 홍보를 수년 간 해 온 이는 “좋은 건설사는 별거 없다. 수주 많이 하고 사고 없으면 최고”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돈 벌 수 있도록 곳간을 든든하게 쌓아두고 사고 발생없이 안전하게 공사를 마무리한다면 얼마나 이상적인가.

그런데 또 하나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피해발생에 따른 책임감 발휘다. 기업으로써는 이윤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한 공사장 내에서 이윤을 많이 내는 슬기로움을 비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특정이가 피해 또는 손해를 입힌다면 문제가 된다. 사고로 인한 피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형평이나 정의 관념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이 명백히 인정된 당사자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대기업이 덩칫값 못한다는 얘기를 듣기에 충분하다. 시간이 지났다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다. 건설사의 책임방기 행태로 신뢰를 잃어가는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된다. 예년에 비해 수 일 늦은 지각 장마이지만 상당히 많은 비가 짧은 기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럴 경우 비 피해가 더 커질 게 우려된다. 올 해는 전국의 공사현장이 무탈하게 지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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