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올 1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유럽 빌딩 쇼핑도 특징적···서유럽뿐만 아니라 동유럽 빌딩에도 투자
증권거래세 인하 등 제도 개편 움직임도 활발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나쁘지 않은 상반기를 보냈다. 지난해 제기됐던 실적 악화 우려와는 달리 대다수 증권사가 호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올 1분기 집계된 국내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역대 최대였다. 증시가 1분기 상승 흐름을 보인 것에 더해 트레이딩 부문에서 결실을 맺은 증권사가 많아진 영향이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을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로는 해외 부동산이 있다. 증권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증권사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해외 중에서도 특히 유럽 쪽 빌딩 투자가 주를 이뤘다. 

증권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도 주요한 이슈였다. 올 1월 정부·여당과 증권업계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각종 제도 개편이 논의됐다. 그중에서 증권업계가 끊임없이 주장해 왔던 증권거래세 인하는 올 6월부터 실시됐다. 여기에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등 퇴직연금 개혁안이 발의된 상태다. 증권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안들도 올 상반기에 제기됐다.

◇ 너무 좋았던 1분기 실적···국내 증권사 56곳 당기순이익 1조4602억원

국내 증권사 56곳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조46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내 증권사 56곳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1조460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 실적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1분기에 내놓은 실적은 다른 분기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증권사 56곳의 당기순이익은 1조4602억원으로 전분기(5146억원) 대비 9456억원(183.8%)이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7년 1분기(1조2907억원) 이후 분기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최대 실적이다.

올 1분기에 가장 좋은 성적표를 내놓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2186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 중에서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긴 건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뒤이어 NH투자증권(1716억원)과 키움증권(1587억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삼성증권도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 향상의 중심에는 주가지수 상승에 따른 자산운용(트레이딩) 부문의 호조가 있었다. 코스피는 올해 2050.55로 출발해 1분기 말 2140.67로 4.3% 상승했다. 지난 2월 25일에는 장중 2241.76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6.9% 올랐다. 해외에선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12.4%, 나스닥 지수가 18.7% 올랐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분기에만 무려 23.7% 상승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각 증권사의 자산운용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다만 아직 발표가 되지 않은 올 2분기 실적은 1분기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종금증권·키움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539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22억원)보다 4.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와 달리 증시가 부진했던 점이 이 같은 실적 추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들인 증권사들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유럽 오피스 빌딩 투자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마중가빌딩. / 사진=미래에셋대우.
올해 상반기 증권사들은 유럽 오피스 빌딩 투자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마중가빌딩. / 사진=미래에셋대우.

증권사들은 올 상반기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였다. 유럽 중에서는 프랑스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3월 유럽 최대 운용사인 아문디와 함께 프랑스 파리 소재 마중가 빌딩 투자에 나섰다. 빌딩 매입가는 총 1조830억원 수준이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3월 프랑스 파리 부도심인 라데팡스에 위치한 빌딩을 인수했다. 삼성증권은 파리 크리스탈파크 빌딩 인수 계약을 이달 초 체결했다. 

서유럽뿐만 아니라 동유럽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점도 주목된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한 티센터 빌딩에 대해 약 3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완료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월 체코 프라하 발트로브카 복합단지 내 오피스빌딩을 약 3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증권사들이 올 상반기 유럽 부동산 투자에 공을 들인 이유는 향후 성장성과 비용 절감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프랑스 지역 부동산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로 유럽의 경제 중심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투자가 활성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유럽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차입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점, 환 헤지 시 프리미엄이 발생한다는 점도 유럽 부동산 투자의 접근성을 높인 요인으로 분류된다.

◇ 제도 개편, 올 1월 정부·여당과 증권업계 만남 이후 급물살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대외 환경적으로는 제도 개편 움직임이 올 상반기 증권업계의 화두였다. 증권업을 둘러싼 제도 변화는 올 1월 정부·여당과 증권업계의 만남 이후 급물살을 탔다. 특히 증권업계의 숙원이던 증권거래세가 이달 초 인하됐다. 증권거래세 조정은 1996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주식에 대한 세율은 기존 0.3%에서 0.25%로 각 낮아졌다. 

퇴직연금과 관련된 제도도 올 상반기에 개편 움직임이 있었다. 퇴직연금은 향후 4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 특별위원회는 ‘기금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를 도입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로 인해 금융투자사들에 자금운용을 맡기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돼, 증권사들에는 긍정적인 환경 변화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사 설립 활성화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5일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에 따르면 금융위는 신규 증권사의 종합증권업 진출을 허용하고 한 기업집단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각각 복수로 둘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증권업 업무 확대 시 절차도 ‘인가’에서 ‘등록’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증권업계 입장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환경 변화로 풀이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 지배한 키워드로 '호실적'·'해외부동산'·'제도변화'가 꼽힌다. / 사진=시사저널e DB.
올해 상반기 증권업계 지배한 키워드로 '호실적'·'해외부동산'·'제도변화'가 꼽힌다. / 사진=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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