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한 몸에 받고 등장한 임일순···야심차게 선순환 유통혁신 모델 선언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
1년 새 영업익 반토막···창고형, 온라인 등 홈플러스 경쟁력 의문
리츠 상장 실패, 임일순 사장에겐 뼈아픈 커리어···손편지로 위기 돌파 피력했지만, 쉽지 않을 듯

/그래픽=이다인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 그래픽=이다인

 

유통업계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라는 타이틀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리츠 상장에 실패한 홈플러스는 수익창출력 저하까지 겹쳐 막다른 길목으로 몰린 모양새다. 이달 중순 임 사장이 직접 ‘손 편지’로 현재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임 사장은 2017년 10월,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유통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여걸’, ‘최초 여성 CEO’ ,‘여풍’, ‘유리천장 깨는 유통가’ 등 그의 등장을 반기는 수식어도 다양했다.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만큼 그의 광폭 행보는 오히려 당연해 보였다.

지난해 3월 임 사장은 사람(고객사‧협력사‧직원) 중심의 유통 혁신을 선언하면서 협력사 매출과 직원의 워라밸까지 높이는 ‘선순환 유통모델’을 발표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한 ‘홈플러스 스페셜’ ▲ 지역밀착형 커뮤니티 ‘코너스’ ▲ 연중상시저가(EDLP) 가격정책 등으로 대형마트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다짐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임 사장의 혁신 드라이브는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실적에서 참패했다. 최근 공개된 홈플러스의 2018 회계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영업이익이 불과 1년 새 반토막 났다.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67% 줄었다.

리츠 상장 실패는 임 사장에게 뼈아픈 커리어로 남았다. 홈플러스리츠는 지난 2월 28일~3월 13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저조해 스스로 철회했다. 당초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51개로 구성된 리츠로 최대 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지난 17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자필 편지에서 ‘홈플러스 스페셜’, ‘코너스’ 등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며 위기 돌파 의지를 피력했지만 현재 침체된 오프라인 유통업계 여건을 감안하면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창고형매장인 ‘홈플러스 스페셜’의 경우 절대강자인 ‘코스트코’의 지위가 확고하고 후발주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신선식품이나 온라인 강화 정책도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신선식품의 경우 당일배송까지 해가며 온라인쇼핑몰이 오프라인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모바일 부문의 경우 후발주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손 편지에서 언급된 창고형, 온라인, 신선식품 등 홈플러스가 어느 하나라도 경쟁력에서 앞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소비부진과 대형마트 업태 매력도 하락으로 매출정체 혹은 역성장 추이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경쟁 심화에 따른 매출총이익률 하락과 인건비 및 임차료 등 비용부담 상승으로 수익창출력이 큰 폭으로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