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연봉 대비 회사 실적 기여도 수치화한 실적지수 산출
연봉 최하위 석유공사 실적지수 3위···연봉 1위 한전은 35위
기관장 공백 잦은 광물공사·코레일 실적지수도 낮아

공기업은 전기·철도·수도 등 공공성을 제공하면서 수익성도 놓칠 수 없는 기업이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자칫 경영진의 오판으로 손실을 내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공기업 수장에게는 남다른 경영능력이 요구된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라고 몸값도 두둑히 준다. 지난해 36개 전체 공기업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9424만원이었다. 국세청 통계연보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 급여액이 3500만원인 점을 비춰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공기업 사장들은 과연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시사저널e는 지난해 기관장 연봉 대비 회사 실적 기여도를 수치화한 이른바 ‘실적 지수’를 산출해봤다. 실적 지수는 회사 영업이익을 기관장 연봉으로 나눈 것으로 실적지수가 100이면 회사가 기관장 급여의 100배에 해당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실적지수가 높을수록 회사 영업이익에서 기관장 연봉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진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
지난해 공기업 기관장 실적지수 확인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상위에 랭크됐다. 반면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대학석탄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 표=이다인 디자이너

 

◇LH·가스공사·석유공사 등 상위권···광물공사·한전·코레일 등 하위권

지난해 기관장 실적지수가 가장 높은 회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1만1636를 기록했는데 사장이 1만원을 벌 때 회사는 1억1636만원 이익을 본 셈이다. LH는 지난해 기관장 연봉이 2억2461만원으로 평균보다 높았지만 2조61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연봉 부담을 말끔히 털어냈다. 에너지 공기업들이 상위권에 상당수 포진했다. 실적지수 2위는 한국가스공사(6362), 3위는 한국석유공사(5646), 4위는 인천국제공항공사(5572), 5위는 한국수력원자력(5055)이 각각 차지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3208), 한국전력공사(-803), 대한석탄공사(-580), 한국철도공사(-195), 한국방송진흥공사(-100), 해양환경공단(-43) 등 6개 기업은 실적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기관장 연봉이 고스란히 회사 빚으로 전가됐다는 얘기다. 실적지수가 가장 낮은 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4326억37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도 기관장 연봉으로 1억3482만원을 썼다.

◇연봉 1위 한전, 실적지수 35위···연봉 꼴찌 석유공사는 3위

실적지수 순위는 기관장 연봉 순위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기관장 연봉 상위 5개 회사는 한국전력(2억5871만원), 한국동서발전(2억4554만원), 인천항만공사(2억3601만원), 인천국제공항공사(2억3304만원), 한국남동발전(2억2998만원)이었다. 이들 중 인천공항공사만 실적지수 4위로 상위권을 지켰다. 남동발전(17위), 동서발전(22위), 항만공사(23위)는 중위권에 있었다. 한전은 기관장 연봉 1위였지만 실적지수는 36개 기업중 35번째였다.

기관장 연봉이 가장 낮은 공기업은 석유공사로 9623만원이었다. 이어 석탄공사(1억1232만원), 광물공사(1억3482만원), 한국감정원(1억3568만원), 그랜드코리아레저(1억3789만원) 순이었다. 이들의 실적지수 순위도 대체로 낮았다. 한국감정원이 27위, 석탄공사가 34위, 광물공사가 36위였으며 그랜드코리아레저가 17위로 중위권에 자리했다. 다만 석유공사는 기관장 연봉이 가장 낮았지만 실적지수 순위는 세 번째로 높았다.

정부 공공기관 평가 결과와 비교해 보면 실적지수 상위 1위 LH는 정부 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2위 가스공사는 B등급, 3위 석유공사는 C등급이었다. 실적지수 최하위인 광물공사는 정부 평가에서 C등급을 기록했다. 2위 한국전력은 B등급, 3위 석탄공사는 E등급이었다. 석유공사가 실적지수에서 최상위권이었으나 정부 평가에선 C등급에 그친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전력은 실적지수가 최하위권이었으나 정부 평가에선 B등급이었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관계자는 “공기업은 공공적 목적을 추구하지만 이윤도 등한시할 수는 없다”며 “공기업 기관장에게는 공공적 측면과 회사 재정을 조화할 수 있는 경영 능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기관장 교체 잦은 공기업, 실적지수도 낮아

이번 실적지수에 기관장 임기는 고려되지 않았다. 현직 공기업 수장 중 상당수가 지난해 이후 바뀌었기 때문에 이들을 이번 실적지수만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36개 공기업 중 32곳에서 2018년 이후 기관장이 교체됐다. 현직 기관장 중에는 2016년 9월 취임한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2017년 2월 취임한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 2017년 11월 취임한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2017년 12월 취임한 문태곤 강원랜드 사장 정도가 지난해 온전히 자리를 지켰다. 이들 공기업의 실적지수는 대부분 상위권에 자리했다. 한국도로공사(4322, 6위), 강원랜드(2494, 8위), 한국수자원공사(2219, 9위)는 TOP10 안에 들었다. 인천항만공사(118)는 23위였다.

반면, 지난해 6월 이후 사장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진 광물공사는 실적지수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사장 중도하차가 되풀이됐던 코레일도 33위로 하위권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기관장의 중도사퇴로 인해 대행 체제로 회사가 돌아가다 보면 아무래도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 안정성을 위해 불필요하게 잦은 기관장 교체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공기업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른바 낙하산이라 불리는 기관장이 내려오면서 교체가 잦다”며 “그로 인해 기업이 일관성 있는 경영을 해 나가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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