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카카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재개 방침···안정적 자본 확충 가능
케이뱅크는 여전히 잠정 중단···우리은행 '구원투수' 역할 기대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사진=연합뉴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전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케이뱅크의 답답함이 커져가고 있다. 카카오의 자본력이 카카오뱅크의 안정적인 자본 확충으로 이어질 경우 케이뱅크는 상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경쟁을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케이뱅크의 재무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추가 증자를 실시해 업계의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법제처 “김범수 의장,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 제외” 해석…숨통 튼 카카오뱅크

지난 24일 법제처는 금융위원회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법제처는 “신청인인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포함해 심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4월 카카오는 금융위에 카카오뱅크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김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심사가 중단된 바 있다. 이어 금융위는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고 법제처는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김 의장이 심사 대상에서 제외됨에 따라 금융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만약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얻는다면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은 새로운 흐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최대 34%까지 획득할 수 있게 되면 카카오뱅크는 안정적인 자본 확충을 바탕으로 각종 혁신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시장의 예상을 깨고 지난 1분기 66억원 흑자 전환을 이뤄낸 카카오뱅크는 업계 1위 자리를 좀 더 확고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케이뱅크, 자본력 차이로 1위와 격차 더 벌어질수도…우리은행에 ‘구원투수’ 기대

반면, 카카오뱅크보다 앞서 시장에 진출했던 케이뱅크는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KT 역시 금융위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심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3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자본금 규모는 4775억원으로 카카오뱅크(1조30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며 손익도 241억원 순손실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BIS총자본비율도 12.48%로 국내 19개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카카오뱅크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이 케이뱅크의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케이뱅크의 재무적투자자로서 가장 많은 13.7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은행법상 은행은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까지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추가 증자의 여유가 조금은 있다. 만약 다른 주주들과 협의해 함께 증자를 진행한다면 지분율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금액을 투입할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우리은행의 증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자본 확충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투자를 한다면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측 역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주주들과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아직 구체적인 금액과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며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은행에서 증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금융지주 자본비율 관리에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내년쯤에 (증자가) 이뤄진다면 자금에 대한 부담은 더욱 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이 안고 있는 현안이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는 “은행으로서 산업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증자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와 경쟁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 증권사 M&A, 우리카드·우리종금 자회사 편입 등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는 상태여서 조심스럽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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