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본사 둔 숙박예약 사이트, 환불 조치 어려워···최근 3년간 소비자 불만 2024건
소비자들 “중복 결제도 환불 불가”···전문가들 “소비자 피해 발생 시 즉각 조치 어려워”

국내외 여행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 여행예약 사이트도 덩달아 성업 중이다. / 사진=셔터스톡
국내외 여행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온라인 여행예약 사이트도 덩달아 성업 중이다. / 사진=셔터스톡

# A씨는 올해 1월 글로벌 숙박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지난 6월 14일~19일 5박6일 일정으로 몰디브에 리조트를 예약 및 결제했다. A씨는 투숙 예정 당일 현장에서 체크인을 하려고 했는데 예약대행 사이트 측의 실수로 하루가 덜 예약된 것을 확인했다. 일정 변경을 위해 환불 요청을 했지만, 예약대행 업체는 “취소 환불 불가 상품”이라며 해당 요청을 거부했다.

# B씨는 지난 5월 2일 숙박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일본 삿포로의 호텔을 45만원에 예약했다. 그는 결제 시스템 문제로 중복 결제된 것을 확인한 후 고객 사이트에 환불 요청을 했다. 하지만 사이트 측으로부터 “환급불가 상품이니 전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국내외 여행 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온라인 여행예약 사이트(OTA·Online Travel Agency)’도 성업 중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만과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TA는 소비자들의 여행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 관광수요를 늘려 관광 시장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빠르고 편하게 숙박과 항공, 렌터카 등 여행을 위한 필수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예약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해외 현지 상품을 다량 확보하고 물량공세로 가격을 낮춘 글로벌 OTA 사업자들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성수기로 접어들수록 숙박 예약대행 업체가 사이트에 게시하는 상품이 ‘환급 불가’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예약한 뒤 변경하면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되거나, 예약 취소의 경우에도 환급을 받지 못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관련 소비자불만은 202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7년 294건 ▲2018년 1324건 ▲2019년 5월 기준 306건에 달했다. 글로벌 항공·숙박 예약대행 사이트의 이용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은 ‘취소·환급지연 및 거부’가 73.0%로 가장 많았다. 특히 비용절감을 위해 소비자 응대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예약 취소 시의 수수료 문제, 환불 불가 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소비자 불만유형 추이. / 자료=한국소비자원, 표=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3년간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소비자 불만유형 추이. / 자료=한국소비자원, 표=이다인 디자이너

예약대행 업체를 이용한 김아무개씨(25)는 “일본 도쿄에 여행을 가기 위해 여행업체로 숙박을 알아보던 중 예약 버튼을 눌렀는데, 과거 등록된 신용카드로 바로 결제 된 적이 있다”며 “그냥 이용해볼까 하다가 비용, 거리 측면에서 모두 불편한 점이 있어 환불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객센터 연락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연락이 닿았는데, 업체 측은 한국인 상담원과 연결해주겠다고 했지만 또다시 연결되지 않았다”며 “환불 조치를 해줬다는 주변 친구들의 말도 있어 연락 시도를 계속 해봤지만, 오히려 연락을 회피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이용자 정아무개씨(23)는 “항공편을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일정 변동이 생겨 고객센터로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메일로도 문의해봤는데 전화로 상담하라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국내 관광산업 매출 중 20조원 정도가 글로벌 OTA 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OTA 업체들은 호텔 숙박료의 10% 이상을 수수료로 받는데 이런 기준을 적용할 경우 OTA들의 국내 매출은 조 단위를 넘어간다. 하지만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정작 고객응대 시스템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수연 한국소비자연맹 팀장은 “일부 OTA는 전화 연결조차 힘들다”며 “여행상품은 즉각적인 응대가 필요한데 콜센터 규모를 늘리지 않더라도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즉각 대응이 이뤄지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외국계 OTA 진출에 따른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소수 OTA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확대돼 불공정 거래와 소비자 피해 등이 늘고 있다”며 “국내법을 적용하는데도 제약이 있는 만큼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적극 대응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소비자원 측은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자들로 소비자피해 발생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환급불가 상품을 예약한 경우 일정 변경 등이 생겨도 예약 내용을 바꾸거나 지급액을 환급받기 어려우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관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예약대행사의 환급·보상 기준을 정확히 확인한 후 예약할 것 ▲경제 시스템 문제로 중복 결제가 발생할 경우 예약대행 사업자에게 신속히 해결을 요청할 것 ▲사업자 연락 두절 및 사이트 폐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거 자료를 모아 신용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를 신청할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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