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제고 및 실적 악화 따른 주가 하락 방어가 이유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사주를 사들여 주가를 안정시키고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을 염려해 미리 주가 방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키움증권과 신영증권, 대신증권 등이 자사주 매입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17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고 공시하며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이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50만주, 금액은 약 405억5000만원이다. 취득 예정 기간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9월 17일까지다. 취득 완료 후 자사주 보유 비중은 2.3%까지 올라간다. 

업계에선 키움증권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목적을 주가 하락 방어라고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 주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주가는 최근 들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월3일 9만4000원까지 오른 주가는 이후 계속 떨어지며 이날 8만500원을 기록했다. 4월3일에 비해 14.36% 내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키움증권의 2분기 실적도 하락이 전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2분기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을 전분기보다 55.8% 감소한 895억원으로 예상했다.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M/S)이 상승하고 있지만 부진했던 5월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자기자본투자(PI) 부문 이익기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이번 자사주 취득 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결정에 따른 수급 개선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 확인 시 우호적인 영업 환경 조성에 따른 (주가) 반등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도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5만주를 29억1000만원에, 기타주 5만주를 26억3500만원에 매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들 자사주 10만주의 취득 예정 금액은 55억4500만원에 달한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 및 임직원 성과 보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지난 2000년부터 거의 매년 자사주를 매입해 오고 있다. 2006년에는 한해 동안 네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해에는 5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각각 108억원과 106억원, 총 214억원을 매입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4월말부터 지난 11일까지 한 달 반 동안 보통주 150만주를 취득했다. 총 198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4년 만에 이뤄졌다. 대신증권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탓에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양홍석 사장과 이어룡 회장, 특수관계인의 보통주 지분율은 올 3월말을 기준으로 12.29%에 불과하다. 이에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자사주 매입 공시가 늘어났는데, 자사주 취득은 주식에 대한 저평가 신호라고 볼 수 있다”며 “낙폭이 큰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한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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