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부터 사업 개시···앞선 사업자인 쿠팡·마켓컬리와 정면 대결
향후 전국에 NEO 11곳 설립 계획···경쟁사들 긴장감 높아져

1만개 vs 200만개 vs 7000개. 

이 숫자들은 각각 신세계 SSG닷컴(쓱닷컴)과 쿠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가능 상품 수(식품 및 비식품 전체)다. 쓱닷컴이 오는 27일부터 새벽배송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새벽배송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이미 '새벽'으로 평준화된 상황에서 중요한 건 바로 '얼마나 많은 상품을, 얼마나 다양한 지역까지 배송할 수 있는가'다.

전문가들이 온라인 식품 시장의 키(Key)를 더 이상 '배송 시간'이 아닌 제품 소싱력와 물류 인프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단 신세계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시작한 것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지만, 자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NEO의 최첨단 물류 시스템에 근거한 자신감이었다. 현재 쓱닷컴은 NEO 001(보정)와 NEO 002(김포)를 운영 중이며, 김포 NEO 002 바로 옆에 003을 올 하반기에 오픈한다. 새벽배송은 김포 2호기(추후 3호기 가동 시 함께 운영)를 통해 이뤄진다. 

25일 찾은 김포 NEO 센터는 총 5층, 연면적 4만3688m 규모로 1층 입·출하장, 2층 멀티 작업장, 3층 웻(WET) 작업장, 4층 드라이(DRY) 작업장, 5층 직원 사무실 및 휴게공간으로 구성됐다. 이곳의 취급 상품 수는 5만개(SKU), 하루 캐파(CAPA)는 3만1000건이다. 하루 평균 2만8000건의 배송이 이뤄진다. 수도권 배송의 대다수를 이곳 김포 NEO 2호기에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SSG닷컴 김포 NEO 물류센터 내부 전경. /사진=박지호 기자
SSG닷컴 김포 NEO 물류센터 내부 전경. 상품 픽업 바구니가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운반되고 있다. / 사진=박지호 기자

◇ 쓱닷컴 vs 쿠팡 vs 마켓컬리, 대결의 서막이 올랐다

쓱닷컴 새벽배송은 전날 자정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새벽 3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배송이 모두 완료된다. 아침 7시까지 배송해 주는 쿠팡과 마켓컬리보다 1시간 앞당겼다.

배송 가능한 상품은 신선식품, 유기농 식재료, 베이커리, 반찬류, 밀키트 등 식품류는 물론 기저귀·분유 등 육아용품에서 반려동물 사료까지 총 1만여 가지다. 이 중 새벽배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품 취급 수(신선·가공 포함)는 8000개고, 신선식품만 2200여개에 이른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어떨까. 쿠팡의 새벽배송 가능 상품 수는 총 200만개다. 이 중 식품은 4000여가지다. 새벽배송의 원조 격인 마켓컬리는 총 7000개의 상품을 샛별배송한다. 식품과 비식품을 모두 합친 상품 수로만 따지면 쿠팡이 압도적인 1위다. 식품만 봐서는 쓱닷컴이 1위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보면 쿠팡이 다시 1위를 차지한다. 쿠팡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새벽배송을 실시한다. 쓱닷컴과 마켓컬리는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한다. 

◇ 새벽배송 후발주자 신세계의 ‘네오(NEO)부심’

후발주자인 신세계는 NEO의 높은 자동화율과 콜드체인 시스템, 제품 소싱력을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안철민 물류운영 담당은 "냉장과 냉동 식품에선 속도가 중요하다. 집품과 출하 속도를 높이는 데 수작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자동화 비율을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물류센터 개발 배경을 밝혔다.

김포센터의 GTP(Goods To Person) 시스템. 작업자가 정해진 자리에 서있으면 물건이 알아서 온다. 작업자는 화면에 뜬 정보에 따라 제품을 레일 위에 올려두면 된다. 레일이 알아서 바구니까지 제품을 데려다놓는다. /사진=박지호 기자
SSG닷컴 김포센터의 GTP(Goods To Person) 시스템. 작업자가 정해진 자리에 서있으면 물건이 알아서 온다. 작업자는 화면에 뜬 정보에 따라 제품을 레일 위에 올려두면 된다. 레일이 알아서 바구니까지 제품을 데려다놓는다. / 사진=박지호 기자

현재 김포 센터의 자동화 비율은 80%다. 신선식품 입고 시 품질 확인을 하거나 일부 제품에 한해 사람이 직접 피킹(Picking·상품 담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GTP(Goods To Person·상품을 찾으러 갈 필요 없이 상품이 작업자에게 곧바로 오는 시스템), DPS(Digital Picking System·선반에 불이 들어오는 표시기를 설치해 제품 피킹을 돕는 시스템), 콜드체인 시스템(Cold-Chain System·신선·냉장·냉동 상품을 낮은 온도로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시스템) 등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는 작업자가 직접 주문 제품을 피킹하는 쿠팡·마켓컬리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에도 이마트 각 점포에서 사람이 수작업으로 매장 내 제품을 피킹해 패킹(포장)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점포 수작업 캐파만 하루 5만건이다. 다만 이런 수작업은 주문이 늘어날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게 신세계 측의 설명이다. 더 많은 주문이 몰려들어도 신세계는 기계를 돌려주기만 해도 알아서 배송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신선, 냉동, 냉장 식품을 관리하는 3층 웻(WET) 작업장 모습.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는 모두 보냉박스다. /사진=박지호 기자
신선, 냉동, 냉장 식품을 관리하는 3층 웻(WET) 작업장 모습.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는 모두 보냉박스다. / 사진=박지호 기자

김포 NEO 2호기의 3층 전층은 8도 이하로 운영된다. 한 개 층이 거대한 냉장창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5일에도 김포 센터 3층 작업자들은 모두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었다. 야채·정육 등 신선식품과 우유·음료 등 냉장식품, 냉동식품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컨베이어벨트 위로 실어나르는 박스도 냉장·냉동 모두 보냉박스다. 새벽배송 주문이 들어오면 모두 이곳에서 출하돼 배송된다.  

겉보기에는 평온해보이지만 내부 온도는 8도로 맞춰져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바깥 날씨와 전혀 달라 계절감을 잊게 하는 공간이다. /사진=박지호 기자
겉보기에는 평온해보이지만 내부 온도가 8도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바깥 날씨와 전혀 달라 계절감을 잊게 하는 공간이다. / 사진=박지호 기자

배송 과정에서도 온도 관리는 계속된다. 김포 센터는 650여 개의 배송차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냉장·냉동 기능이 탑재된 차량들이다. 보냉박스를 이용해 상온차량으로 이동하는 쿠팡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관제센터에서 전 차량의 온도도 관리한다. 이동 중인 차량에서 온도가 올라갈 경우 곧바로 이상을 감지해 배송기사에게 이를 전달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콜드체인이 깨지는 상황'을 대비한 기술이다. 

이마트 내 숙련된 MD들의 제품 소싱력도 쓱닷컴의 자신감 원천이다. 신세계는 마켓컬리에서 취급하는 전 상품을 취급하며, 여기에 자사 소싱 능력으로 프리미엄 상품부터 저렴한 제품까지 모든 제품군을 고루 다룬다고 밝혔다. 

◇ 쓱닷컴이 내놓은 또 다른 계획

쓱닷컴이 무서운 점은 앞으로의 계획에 있다. 

25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우정 SSG닷컴 대표이사는 "NEO 뒤에 숫자를 001, 002로 붙인 것은 향후 그만큼 물류센터를 늘려나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직역하면 물류센터를 세 자릿수까지 늘려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앞으로 물류센터를 많이 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물류센터의 증가는 취급 상품 수의 증가, 캐파의 증가다. 즉 더 많은 상품을 더 많은 곳에 더 빨리 배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사의 말머리에 밝힌 '1만개 vs 200만개 vs 7000개'의 숫자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아울러 배송 커버 지역 확대도 시사한다. 

실제 이날 쓱닷컴은 향후 수도권에 NEO를 6호기까지 짓겠다고 밝혔다. 지방 대도시에서는 5개소의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에 NEO 시스템 11개소가 깔리게 되는 것이다. 향후 5년 내로 전체 일 주문 캐파를 26만건(현재 전체 물류센터 포함 13만건)까지 확보하겠다고도 밝혔다. 경쟁사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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