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피해 바로 주장한 이들에겐 최대 5800만 원 까지 손해배상···뒤늦은 문제제기에 대한 보상은 거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전 도안지구 시행 및 시공을 맡은 LH와 대우건설의 임시저류지 축소 시공과 관련 피해자 측 보상이 엇갈리게 됐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대우건설이 대전 도안지구 택지개발 조성공사 당시 관련 부실공사로 인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차별 보상을 하게 됐다. 당시 해당 공사과정에서 임시저류지 규모를 축소함에 따라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근 농민들은 상당한 농업 피해를 입은 바 있다. LH와 대우건설은 먼저 문제제기를 한 농민들에 대해선 1인당 최고 5800만 원까지 보상해줬지만 뒤늦게 문제제기한 농민들에 대해선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피해보상을 거절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법리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르나, 형평성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을 명백히 인정한 당사자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적어도 도의적으로는 비난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앞서 LH는 대전 서구와 유성구 일대에 택지를 조성해서 분양하는 대전 도안지구 택지개발사업 시행을 맡았고 대우건설은 시공을 담당했다. 공사 진행과정에서 LH는 대우건설에 당시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재해영향평가서에 제출한 임시저류지 규모보다 대폭 축소해 시공할 것을 요구했고 대우건설은 LH의 요구를 따랐다.

이 무렵 대전에는 하루동안 최대 231.5mm의 폭우가 쏟아져 내렸고,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임시저류지는 많은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며 인근 농업지역에 재배작물 및 농기계 등 기타 비품에 대해 상당한 침수피해를 입혔다. 감사원은 농민들의 감사청구 요구에 대해 피해원인이 시행 및 시공사 측의 임시저류지 시공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 역시 축소시공을 지시한 LH와 축소시공이 부적합한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이의제기나 협의를 하지 않은 대우건설 책임이 있다며 농민 1인당 최소 125만원부터 최대 5800만 원까지 피해보상을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LH와 대우건설, 농민 측 모두 미항소하며 피해보상 절차는 일단락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인근 농부들이 피해보상을 받은 걸 본 또 다른 농부가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LH와 대우건설은 뒤늦게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사고발생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났음을 근거로 들며 책임을 회피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로부터 3년이 지나는 등 소멸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금전적 보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법원 역시 지난달 15일 LH와 대우건설 측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선고했다. 결국 같은 사안으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A집단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졌고 B집단은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B농민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형평이나 정의 관념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이 명백히 인정된 당사자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대기업으로써 도의적으로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는 시행 및 시공사 주장이 타당하지만 통상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인식되는 농민에 대해 법리로만 따지며 책임으로부터 등돌린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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