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손정의 방한,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접견 신청
손정의, 지난달 도쿄 IR설명회에서 비전펀드 2호 게획 밝히며 '쿠팡' 언급···쿠팡 '시장지배' 가능성 높게 본 듯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 손정의 방한 행보에 긴장

/그래픽=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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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다음 달 초 방한이 확정되면서 유통업계가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의 지분을 보유한 손 회장이 그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오면서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던진 충격파 때문에 이번 그의 방한을 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손정의 회장이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 접견신청을 낸 것 외에는 구체적인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10일 도쿄에서 열린 실적발표를 겸한 기업설명회(IR)에서 2017년 설립한 100조원 규모의 비전펀드와 같은 비전펀드 2호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는 손 회장이 2016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 투자 방식으로 조성됐다.

비전펀드는 시장점유율이 50~80%에 달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 미국의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영국 반도체업체 ARM,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등에 투자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하는 기업들은 창업 후 이익이 난 적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수년 내 흑자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도해 보이는 밸류에이이션(가치평가)’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심의의원회를 거쳐 투자여부가 결정되지만 최종적으로 손 회장이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손정의 회장이 독단적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 내지 촌평으로 연결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에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이른바 ‘손정의 자금’이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가 투입됐다. 쿠팡의 최근 누적적자 3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소프트뱅크 측의 투자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됐다.

이런 투자배경에는 투자기업의 ‘이익창출 능력’보다 ‘시장지배 가능성’을 더욱 높게 평가는 손 회장의 투자성향 때문이다. 된다고 싶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결단하고 곧장 실행으로 옮긴다. 손 회장과 알리바바 회장 마윈과의 6분 면담이 2000만달러 투자로 이어진 사례가 바로 그 예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달 일본의 기업설명회에서 쿠팡의 이름이 손 회장의 입에서 언급됐다는 점이다. 쿠팡은 온라인시장점유율이 7%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비전펀드의 투자실행 원칙과 다소 거리감이 있다. 그런데도 쿠팡에 대규모 투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는 것은 손 회장이 그만큼 쿠팡의 ‘가능성’을 봤다는 얘기다.

그간 직매입을 기반으로 한 초특가와 쿠팡의 로켓배송은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쿠팡의 유례없는 빠른 성장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 충격과 ‘이대로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동시에 던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약 6조원 중반대에서 쿠팡의 매출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국내 3위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와 비슷한 규모다. 오프라인 판매장 하나 없는 IT(정보기술) 기업이 전국 120개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마트를, 설립 10년도 채 안 돼 따돌릴 수도 있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자에 대한 일부 걱정하는 시선이 있지만 쿠팡은 적자보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시장독식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내색은 않하지만 손정의 회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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