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 무죄’ 선고한 1심, 공소내용 사실관계는 대부분 인정하면서 “입증 부족” 지적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선고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배경에는 명단 전달 자체를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주요했다.

재판부는 또 권 의원이 강원랜드의 현안을 들어준 것을 청탁의 대가로 볼 수 없다거나, 자격미달의 사외이사가 선임되는데 권 의원이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24일 업무방해,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의 선고공판에서 모든 공소사실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권 의원의 세 가지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 법원 “청탁 명단, 중대한 하자···권성동 직접 요청했는지는 단정 못해”

권 의원의 첫 번째 공소사실은 친구인 전아무개(강원랜드 리조트본부장)씨를 통해 13명의 명단을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과 권아무개 인사팀장에게 전달하면서 합격을 요구했다는 혐의(업무방해)다.

이에 재판부는 전씨가 권 인사팀장에게 명단을 전달해 청탁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자기소개서 점수 조작, 면접위원들의 담합, 합격인원 변경 등 절차상·내용상 ‘중대한 하자’ 자체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전씨가 권 인사팀장이 아닌 최 전 사장에게 명단을 전달했거나 권 의원이 전씨에게 명단 전달을 요청했다는 공소사실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설령 명단이 최 전 사장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최 전 사장의 지시가 인사담당자들의 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이 아니라고 했다. 인사 담당자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최 전 사장이 행한 업무방해 범죄의 공범이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최 전 사장의 부정채용 관련한 유무죄를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상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한 셈이다. 최 전 사장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고 수감됐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채용비리 사건에서 범죄 입증을 이유로 청탁자가 처벌을 피하는 대부분 사례들과 유사하다.

◇ 현안 들어준 뒤 비서관, 수질·환경 전문가로 채용···법원 “청탁 대가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강원랜드의 현안을 권 의원이 승낙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승낙이 자신의 비서관 출신인 김아무개씨를 수질·환경 전문가로 채용한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권 의원의 두 번째 공소사실은 최 전 사장으로부터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인상을 저지해 달라” “워터월드 조성사업이 감사원 감사로 저지되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승낙한 대가로 김씨의 채용을 요청(제3자 뇌물수수)했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는 ‘개별소비세 개정안’ 및 ‘워터월드 조성사업 감사’와 관련한 최 전 사장의 청탁을 받고 승낙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나 이 청탁 승낙과 김씨의 채용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가 충분한 자격과 경력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수질·환경 전문가로 채용됐다며, 명백한 청탁의 대가라고 지적하고 있다.

◇ ‘전과 4범’ 고교동창이 사회이사 됐지만···“공모했다고 볼 수 없어”

권 의원의 고교동창이 강원랜드의 사외이사로 채용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권 의원이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교동창인 김씨는 1986년 대학 졸업 후 별다른 사회 경력이 없고, 음주운전·폭력 등 범죄 전력이 4건이 있다고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권 의원의 세 번째 공소사실은 권 의원이 강원랜드의 최대주주이자 사외이사 지명권을 가진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지도·감독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제2차관, 에너지자원실장, 석탄산업과장 등에게 지시해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자격미달인 김씨를 지명하도록 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한 점, 법령상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 직무와 관련한 범죄가 없는 점, 강원랜드 자격요건에 미달하지 않는 점, 사외이사로서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볼만한 명백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 담당공무원들이 한국광해관리공단을 지도·감독하면서 그 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설령 산업통상자원부 담당공무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권 의원이 공동정범으로 이 범죄를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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