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언론들, 시 주석 방북 맞아 ‘북한 여행’ 관련 보도···SNS 소개도 부쩍 늘어
‘3박4일 일정’ 북한 평양 여행 40만원대···접경지역 중심으로 교류 활성화될 듯

중국 최고지도자 격으로 14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한 이후 중국 관영언론들이 중국인 북한 관광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중국 최고지도자 격으로 14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한 이후 중국 관영언론들이 중국인 북한 관광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며 관광 산업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 격으로 방북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 주요 관영 매체들이 연일 ‘북한 관광’에 대해 보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중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이 북한에게 건넬 선물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유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관광 산업이 중국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가 견고해 경제지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중국을 정치적, 경제적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대북제재의 빈틈을 노리는 제재회피 방식의 지원책을 쓰면서 북중 관계를 견고히 하며 비공식적인 교류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방북 수행단에 ‘경제 수령탑’ 포함···북중 교류 활발해질 듯

24일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중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안보 우려 및 발전 우려를 해결하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며 정치적·경제적 측면의 지원이 있을 것임을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시 주석의 방북 수행단에 경제총괄 인사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 때 수행단 명단에 없었던 중국 경제정책의 사령탑으로 불리는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이 포함됐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국무원 산하 조직이지만 경제현안 조정, 사회발전전략 총괄 등을 맡고 있어 ‘소국원’으로 불리고 있다. 이 조직은 시 주석이 주목하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도 주도한다. 허 주임은 시 주석 방북에 동참하면서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등 북중 경제협력의 큰 틀에 대한 논의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계기로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비공개로 수 십 만톤(t)의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과 함께 중국인 관광객들의 북한 관광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도록 힘을 쓸 전망이다. 

코트라가 지난 17일 발표한 ‘북·중, 접견 지역 중심으로 관광 교류 활발’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유엔은 현재 외국인의 북한여행이나 여행관련 대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행위를 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근 북·중 접경지역 중심으로 중국 관광객의 북한 여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중국국가여유국(中国国家旅游局)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북한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120만 명의 관광객이 1인당 약 300만달러를 지출했다는 것을 가정하면, 2018년 북한이 중국 관광객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3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약 400억 달러로 추정되는 북한 GDP(국내총생산)의 1%에 가까운 수치다.

◇‘북한 관광’에 주목하는 중국···북한 여행 문의·SNS 언급도 늘어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이후 중국 언론은 물론, 중국 시민들은 웨이보(微博, Weibo)를 통해 ‘북한 여행’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지난해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이후 북한을 찾는 중국인이 증가해 특히 올해 상반기에 관광객이 급증했다”며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 이후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3박4일 일정으로 북한을 관광한다. 평양에 있는 조중우호 기념탑을 참관하고 평양 시내를 관광한 뒤 비무장지대를 방문하는 게 주요 일정이다. 3박4일 일정 비용은 2500위안(한화 약 42만3000원) 정도다.

북한은 여행객 통계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 증가 규모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없다. 다만 중국 언론에 따르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약 10만명에 달하며 이 중 80%는 중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타임스는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 외국인 여행객이 북한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데 여행객 대부분은 중국인”이라며 “이러한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올해 상반기 북한 여행 문의와 실제 여행 규모가 급증했다고 강조했다. 진창이 연변대 교수는 신문을 통해 “북한행 기차표나 항공권을 확보하려면 한 달 전에 예매해야 한다”며 “현재 북한 관광 모멘텀이 매우 강하고, 북한은 관광객 수용 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도 이날 ‘중국인 사이의 북한 관광 붐은 역사적인 관계 덕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통신은 “1950년 10월 중국 인민군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역사에 대한 향수가 중국인들을 북한 관광으로 이끌고 있다”며 “2018년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중국 방문 이후 북한 여행이 크게 늘었고, 대부분의 중국 관광객들이 북한 관광 상품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북한 평양 여행에 대해 글을 올리고 있다. / 사진=웨이보(Weibo) 캡처
중국 SNS 웨이보에서 중국 네티즌들이 북한 평양 여행에 대해 글을 올리고 있다. / 사진=웨이보(Weibo) 캡처

중국 최대 SNS로 꼽히는 웨이보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 후기, 문의 등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웨이보를 통해 “랴오닝성 단동, 압록강을 통해 평양에 갔다”, “평양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곳에 꼭 가보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양 여행을 준비 중인 A씨는 “지금 여행사를 통해 북한행 기차표를 구매하려면 한 달정도 걸린다”며 “(북한 관광을) 가 본 사람들에 의하면, 북한이 예전 중국의 모습이라고 한다. 미리 예약해서 가 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객은 SNS에 ‘중국 단동 기차역’을 태그로 달고 “며칠동안 연락이 끊길 수 있다”며 “돌아와서 여러분께 평양에서 구경하고 놀았던 것을 브이로그로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이승재 코트라 중국난징무역관은 “북한은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관광 산업 육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향후 북중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라며 “북중 접경지역은 양국 관광산업의 중심지로 향후 관광을 매개로 한 상호 간 왕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가 24일 베이징으로 복귀했다. 북중 정상은 이번 5차 회동에서 양국 교류 강화를 천명한 만큼, 지 대사의 복귀를 기점으로 경제 시찰단 등 각 급별 다양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