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한국GM 노조에 행정지도 결정···사실상 파업 포함한 쟁의권 확보 실패
한국GM 노조, 25일 쟁대위 열고 새로운 전략 마련···교섭 더 늦어질수도
작년 임단협 조인식 마친 르노삼성 노사, 올해 임단협 일정은 미정
현대·기아차도 정년 연장 등 비롯해 노사간 입장차 좁히지 못해

한국GM. / 사진=연합뉴스
2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GM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 사진=연합뉴스

자동차업계 노사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해야 하지만, 일정을 잡지도 못한 곳부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곳까지 다양한 이유로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임단협 관련 상견례도 치르지 못한 곳이 두 군데나 된다. 한국GM 노사는 교섭장 변경을 놓고 대립하며 아직 임단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교섭 장소를 두고 노사 간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GM 노조는 사측과의 임단협 지연에 맞서 쟁의권을 확보하려 했다. 지난 2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4.9%가 찬성해 쟁의권을 확보하는 듯 싶었지만, 24일 중앙노동위원회는 GM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조정신청에 대해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가 조정중지가 아닌 행정지도 결정을 내림에 따라 GM 노조는 파업 권한을 포함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GM 노조는 25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중노위의 결정에 따른 추후 대응 방식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측 입장에선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다만 노조 측도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는 만큼 임단협은 계속해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쟁의권을 통한 파업 카드 확보를 꾀했던 노조 측에 새로운 강경 카드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24일 지난해 임단협 조인식을 갖고 부산공장의 잔업 및 특근에 합의했다. 지난해 6월 시작한 당해 연도 임단협을 올해 6월에서야 끝내는 것이다. 자연스레 올해 임단협은 일정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7월 중 사측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일정 등은 회의를 거쳐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임단협이 길어지고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 향후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올 1~5월 누적 2만9810대의 내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한 수치다. 르노삼성 역시 올 1~5월, 내수에서 전년 대비 35.5% 하락한 누적 6만715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또 오는 9월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종료되는 르노삼성은 2020년 출시될 예정인 크로스오버 차량(CUV) XM3 수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올해 임단협에서도 노사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면 르노그룹이 신차 배정에서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노사 간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협 교섭에 들어간 기아차 노사는 오는 25일 실무진이 만나 노조 측의 요구안을 검토한다.

기아차 노조는 임협 타결 시점을 여름휴가 이전인 7월 말로 계획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안, 최대 만 65세까지의 정년연장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요구안들이 존재해 협상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아차 노조가 현대차 노조에 통합을 제안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 전달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요구안을 7월 말 이전에 타결하기 위해선 노조 측에 힘을 실어줄 지원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7일 현대차 노조 측에 통합 제안서를 발송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30일 임단협 상견례를 시작으로 주 2회씩 교섭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입장차는 여전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추석 연휴 전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사측이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4대 핵심 과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임단협 출정식에서 “4대 핵심 과제는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노조의 4대 핵심 과제는 ▲통상임금 해결 ▲정년연장 ▲불법파견과 불법 촉탁직 해결 ▲미래 고용안정이다. 업계선 현대차 노조 조합원 30%에 달하는 1만7500명이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정년을 맞게 되는 점을 근거로 ‘정년연장’을 중점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와 현대차는 모두 정년연장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사측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면서 “만일 한 쪽이 이를 받아주면 다른 한 쪽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다. 결국 정년연장이 이뤄지려면 현대·기아차 모두가 이를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 노사는 오는 25일 7차 교섭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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