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지분 4.3% 매입···한진그룹 일가 우호지분 해석
향후 10%까지 확보할 경우 우호지분만 38.93%···사실상 게임 끝 의견도
아직 시간 많고 KCGI도 우군 확보 가능성 배제 못해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미국 델타항공의 참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자료=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등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미국 델타항공의 참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자료=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등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미국 델타항공의 참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가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의 백기 투항은 필연적이라는 분석 마저 나오고 있다. 다만 KCGI 역시 10년을 내다보고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고 있는 만큼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KCGI 역시 자금 유치 등 우군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 

◇ 델타항공 지분 확보에 한진칼 경영권 분쟁 분위기 급반전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17.84%), KCGI(15.98%)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기존 3대 주주였던 국민연금(4.11%)은 델타항공 뒤로 밀려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 풀이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매입을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 안정이라고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동안 한진그룹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호적인 성향이 더 강한 까닭이다. 실제 두 회사는 2000년 항공 동맹인 스카이팀 출범을 같이 했고 지난해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델타그룹은 조 전 회장의 장례식에도 스티브 시어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을 보낼 정도였다.

델타항공이 한진칼 우군으로 나서게 되면 한진그룹 일가는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된다. 현재 한진그룹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8.94% 수준으로 여기에 4%가 넘는 델타항공 지분이 더해지면 2대 주주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특히 델타항공은 규제 당국의 허락을 받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KCGI가 결국 이길 수 없는 형국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24일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 까지 추가 매입할 경우, 조 회장 일가의 우호 지분은 38.93%로 확대된다. 여기에 일반 주주의 지원까지 더해질 경우 우호 지분은 총 발행 주식 수의 45%까지도 가능하다”며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 일가 쪽으로 승기가 완전히 굳어지는 상황”이라 밝혔다.

한진칼 주가도 경영권 종식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이날 장중 9.91% 내린 3만900원을 기록하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에 15.1% 급락했다.

◇ KCGI 이대로 끝?···장기화 가능성도 남아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KCGI가 수세에 몰렸지만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한 만큼 분위기 전환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KCGI가 설정한 펀드는 환매 제한 10년, 만기 14년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단순히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을 위해 실제 지분을 10%까지 매입할 지는 지켜봐야 할 사안인 데다 KCGI도 마냥 손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의 주장처럼 자금을 일찍 회수하기에는 KCGI의 존재 가치까지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고, KCGI도 글로벌 투자 부문을 만들어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어서 지분싸움이 끝났다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라고 밝혔다.  

실제 최근 KCGI에서 한진칼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등기국에 유한회사 캘거리홀딩스 설립 등기를 완료했다. 이 회사는 KCGI의 투자목적 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의 11번째 특별관계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곧 한진칼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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