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염좌 등 발병 가능성 높아, 골다공증 환자는 더 위험···평소 스트레칭과 운동이 예방법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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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의 L씨(여성)는 지난해 여름휴가를 아들내외, 손자손녀와 다녀 온 후 골절상을 입었다. 인근 병원을 찾은 L씨는 최근 넘어지거나 다친 적이 있느냐는 의사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의사는 휴가 중 발생한 황혼육아로 골절상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어르신들의 황혼육아 주의보가 내려졌다. 휴가철에 빈번한 아이 돌보기로 인해 허리염좌 등 척추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평상시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이 최고 예방법이라고 권유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고령 사회에 접어든 시대에서 젊은 부부는 맞벌이로 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부모가 아닌 누군가가 어린 자녀를 돌보아 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는 자의든 타의든 연로한 부모님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방학 시즌이 다가오고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집에 있거나 아이와 함께 휴가를 가면 노부부는 육아에 더 매진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처럼 증가하는 ‘황혼육아’를 무리하게 진행할 경우 어르신들이 몸과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손자, 손녀를 돌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러는 사이 본인도 모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통증에 이어 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일어서지 못할 만큼 심한 허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또 번쩍 손자를 들어 올리던 어깨와 팔, 손목 등이 어느 날 찌릿하면서 힘도 주지 못할 만큼 통증을 호소할 수도 있다.

황혼육아 시 특히 많은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는 허리를 앞으로 숙여서 손자를 들어 올리는 자세다. 신생아일 경우 상대적으로 체중이 가볍지만, 생후 18개월만 지나도 평균 체중은 10kg을 초과한다. 

장동균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을 반복하게 되면 허리 디스크 및 척추 주변 인대에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며 “가볍게는 급성 요추부 염좌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추간판 탈출증으로 어어져 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한 통증이나 신경학적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이 무리한 황혼육아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은 허리염좌가 비교적 빈번한 편이다. 이어 척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 악화, 골다공증성 척추골절 등이다. 이를 총칭해 척추질환으로 이해하면 된다.  

특히, 황혼육아에 있어 할머니는 할아버지에 비해 한 가지 더 취약한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바로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쉽게 골절되는 골격계 질환을 지칭한다. 뼈의 강도는 뼈의 양과 뼈의 질에 의해서 결정된다.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이 막아주던 과도한 골손실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골밀도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약간 충격으로도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의료계 전문가는 “손자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돌보다 보면 젊은 사람도 지치기 마련인데 어르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며 “지친 몸으로 한번이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골절이 우려되는데 특히 골다공증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기존 골다공증으로 인해 척추질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황혼육아 시 관절의 무리한 사용으로 인해 오십견과 손목터널 증후군, 무릎과 발목의 퇴행성 관절염 등도 발병 가능성이 있다.

황혼육아에 따른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권유한다. 어깨나 손목, 무릎, 발목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일하던 중에도 하루에 수시로 스트레칭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허리에 부담이 가는 자세를 피해야 한다. 복수의 의료계 전문가는 “가급적 아이를 껴안아 들어 올릴 때에는 몸에 바짝 밀착시켜 무게 중심을 가까이 하고 허리 자세를 유지한 상태에서 고관절을 접었다 펴는 허벅지 근육 힘을 이용해 들어 올리는 것이 허리에 부담이 적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를 통해 뼈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우유나 멸치, 치즈, 생선류 등 칼슘이 함유된 음식이나 비타민D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동균 교수는 “척추질환 외에 어르신들 정신건강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황혼육아를 당연시하는 것보다는 수시로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고 사회적 관심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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