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전면에 나오기 시작한 ‘마니아’ 콘텐츠

크리스 앤더슨의 베스트셀러 ‘롱 테일의 법칙 : 다품종 소량생산이 지배하는 미래의 비즈니스(2006)’는 발간된지 1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콘텐츠 기획자에게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그는 이 책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유통이 이전보다 다양한 소재와 소수 취향에 훨씬 더 호의적인 맥락에서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롱 테일 법칙은 높은 수익률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상업 텍스트와는 다르다. 다양한 방식의 취향을 기반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통해 서로 다른 규모와 서로 다른 속도로 가치를 누적시킨다.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주류 콘텐츠가 아닌 소수의 ‘마니아’들을 위한 콘텐츠는 이전까지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및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끊임없는 확장은 이러한 콘텐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러한 콘텐츠들이 상업적 이윤을 직접 창출하지 않더라도 ‘문화적 가치와 다양성’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경향이 없지 않아 남아 있지만,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다양한 텍스트의 군집에 다양한 경로로 접근하며, 동시에 또 다시 플랫폼을 통해 2차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사례로 JTBC의 슈퍼밴드를 제작한 조승욱 국장은 팬텀싱어 1과 팬텀싱어 2를 제작하고 슈퍼밴드를 기획하면서 음악적 콘텐츠의 다양성이 어떻게 주류 미디어를 통해 주목받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클래식, 뮤지컬, 국악 등과 같은 쉽게 접할 수 없었거나 혹은 주류 장르가 아닌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을 전면에 세워, 미디어를 통해 유통시키고 그들이 자신들의 탤런트를 내보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특히 팬텀싱어 시즌 2를 통해 데뷔한 포레스텔라는 KBS 불후의 명곡에서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성공적으로 연주해내면서, 해외 유튜브 리액셔니스트들의 주목 또한 받고 있는 중이다. 

니치마켓은 틈새이면서도, 동시에 파괴적 창조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틈새는 결국 둑을 무너트려, 또 다른 파도(wave)를 몰고 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정 장르에 깊이 함몰된 사람들은 그 영역에서의 자료를 수집하고 샘플링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은 니치 콘텐츠를 통해 대중의 취향에서 자신을 차별화하는 데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남겨진 열정과 깊은 관심을 발견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년에는 노르웨이나, 영국, 어쩌면 미국에서 포레스텔라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