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강남3구 분양물량 300여 세대 불과
하반기 분양 예정이던 래미안 원베일리·반포우성도 후분양 가닥
분양일정 저울질에 당초 공급계획보다 늦어지며 새아파트 공급 씨마를 듯

HUG가 고분양가 지역  내 사업장의 분양보증 승인 기준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하면서 적잖은 정비사업장이 HUG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새아파트 공급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UG가 고분양가 지역 내 사업장의 분양보증 승인 기준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하면서 적잖은 정비사업장이 HUG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남권 새아파트 공급일정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 상반기 강남3구에서 공급된 분양물량은 300여 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초 예상된 1000세대의 30%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예정된 물량 공급이 각 조합별 사정으로 늦어지며 씨가 마른 상황에서 후분양제 도입 추세가 변수로 작용한 영향이다. 강남권 예비청약자들은 당첨은커녕 갈수록 공급물량을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추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는 2개 사업장 방배그랑자이(256세대), 디에이치포레센트(63세대)에서 총 319세대가 공급됐다. 일부 미계약분이 나오면서 청약일정은 무순위청약까지 늘어졌지만 무순위 청약 20세대 모집에 2001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경쟁률 100대 1을 보일 정도로 인기리에 분양 완료됐다. 이처럼 강남 새 아파트 공급받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까닭은 주요 사업장의 후분양제 도입 추세 영향이다. 새 아파트 공급이 예전같지 않자 가뭄에 콩나듯 한 공급물량에 청약수요가 대거 몰린 것이다.

후분양제의 신호탄을 쏜 것은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 재건축 조합이다. 이 조합은 래미안 라클래시라는 이름으로 재건축하고 전체 679세대 중 116세대를 일반분양할 예정이었다. 지난달로 분양 일정을 잡고 견본주택 개관만 앞두고 있었으나 조합은 수년 뒤 공정 80% 이상 완료한 후 분양하는 후분양을 진행하기로 최근 결론냈다. 그러자 올 하반기 최대 관심사업장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정비조합도 덩달아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이 사업장 바로 옆에 위치해있으며 이주까지 완료한 서초구 잠원동 반포우성(롯데건설 시공)도 지난 주말 총회를 통해 HUG가 3.3㎡당 4950만 원 이상으로 승인해주지 않으면 후분양할 것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세 곳 사업장이 후분양제로 선회한 것은 이달 초 주택도시보중공사(이하 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내놓으면서 분양가 인하를 압박해서다. HUG의 새 심사기준을 따르면 상아2차의 경우 같은 자치구에서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에 분양한 디에이치 포레센트 분양가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 디에이치포레센트의 3.3㎡당 분양가는 4569만 원이었는데, 이는 강남 중에서도 노른자 땅인 상아2차 조합원 눈높이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인근의 삼성센트레빌 아이파크 주변 시세가 전용면적 3.3㎡당 6500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후분양으로 공급하면 HUG의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조합은 선분양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후분양을 택한 것이다.

결국 분양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조합 입장에선 강남 대장격인 사업장이 택한 후분양제를 속속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올 상반기 분양을 계획하다가 미뤄진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4차나 개포동 주공4차 등도 후분양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개포4단지의 경우 후분양제를 선호하며 일부 조합들 사이에선 펀드조성까지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해당단지가 후분양이 시행되는 2022년엔 강남 신규 주택공급이 거의 없을 게 예상돼 가치가 더 뛸 게 기대되는 만큼 조합과 시공사, 펀드운용사가 쉐어하는 구조의 부동산 펀드를 구성해 후분양 공사비용을 조달하자는 것이다.

이밖에 단일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의 분양일정도 관심거리다. 총 1만 세대 규모에 일반분양 세대만 50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의 경우 공사비 선납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후분양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후분양을 주장하며 찬반이 나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장의 경우 사업규모가 커 참여하는 시공사만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네 곳인데, 이들 역시 도급제가 아닌 지분제로 참여해있으며 각 사 의견이 달라 의견수렴 후 분양방법 및 시기를 확정짓기 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강남권 정비사업 조합의 선‧후분양 저울질로 강남 내 신규 분양 연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하반기 강남3구에서 분양 예정된 단지는 개나리4차, 구마을1지구, 개포주공1단지, 개포주공4단지, 서초그랑자이, 반포현대아파트, 방배5구역, 신반포3차 등이지만 현재는 이중에서 올 하반기 후분양이 확정된 곳은 서초그랑자이 한 곳(1446세대 중 일반분양 167세대)에 불과하다. 부동산인포 관계자는 “강남권 계약이 사실상 올스톱됐다”며 “강남권은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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