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부도 후 자회사 자금 3270만달러 스위스로 빼돌린 혐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회삿돈 약 320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잠적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4남 정한근(64) 전 한보그룹 부회장이 21년 만에 검거돼 국내로 송환된다.

22일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정 전 부회장을 두바이에서 검거해 국내로 송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날 오후 12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 전 부회장은 한보그룹 등이 부도가 나자 자회사인 동아시아가스 자금 3270만달러(당시 약 322억원)을 횡령하고 스위스의 비밀계좌로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정씨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자 1998년 6월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피하기 위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횡령 혐의로 정 전 부회장을 불구속했다. 한국으로 송환되면 10년 넘게 미뤄진 재판이 즉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부회장의 아버지인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건국 이후 최대 금융비리 사건으로 꼽히는 ‘한보 사태’의 주역이다. 1997년 당시 한국의 재계 서열 14위였던 한보그룹은 부도가 나면서 5조7000여억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이 드러났다.

부실 대출 과정에서 정태수 회장이 정치계와 금융계에 막대한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바 있다.

정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자신이 설립한 강릉영동대학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법원 재판을 받던 중 돌연 출국해 자취를 감췄다. 12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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