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단계 아니다”→“적절히 대응” 이주열 총재 시그널 변화
8월 인하 전망 다수···연간 성장률 전망치, 2분기 경제성장률 관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수출과 소비자물가상승률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인하까지 예상돼 한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향후 연방기금금리(FFR)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번 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 2.25~2.50포인트로 동결했지만 이전 성명에 있었던 ‘인내심’(Patient)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가 새롭게 추가됐다.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성장세와 무역에서 지속적인 역류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며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투표권을 가진 10명의 위원 중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통화정책 방향의 가늠자로 여겨지는 점도표(dot plot) 역시 동결에서 인하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지난 3월 회의에서는 11명의 위원이 연내 금리동결을 요구한데 비해 이번 점도표에서는 그 수가 8명으로 줄었다. 금리인상 의견은 6명에서 1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한 명도 없었던 금리인하 요구는 7명으로 늘어났다. 1명이 연내 1회 인하를, 6명이 연내 2회 인하 의견을 밝혔다. 상당수의 FOMC위원들이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 연준의 강한 시그널에 한국은행과 이주열 총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점차 열어 놓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는 FOMC 결과와 관련해 “FOMC 멤버 중 거의 절반이 기준금리에 대해 0.5%포인트 인하 견해를 나타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향후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8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부진과 소비자물가상승률 부진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7월에는 FOMC의 실제 인하 여부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이달 1~20일까지의 수출액은 총 27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30억4000만달러)나 감소했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0.7%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0%대에 그쳤다.

내달 발표 예정인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2분기 성장률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현재의 2.5%보다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될 경우 8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앞서 지난 18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2.3%와 2.5%에서 2.1%와 2.0%로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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