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시대’ 맞아 중용된 LG 홍범식, 법인분리 선봉장 선 CJ 이승화
재벌가에선 ‘효성 2인자’ 조현상 사장 비롯해 SK 오너가 최윤정 등 다수 베인앤컴퍼니 거쳐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재계 안팎에서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가 주목받고 있다. LG그룹의 ‘4세 시대’를 개막한 구광모 LG 회장과 CJ그룹의 ‘4세 승계’ 기획자로 알려진 전문경영인들이 모두 이곳 출신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갖은 소송전으로 논란에 휩싸인 효성의 ‘2인자’를 비롯해 재벌 오너가(家) 경영진 중에도 베인앤컴퍼니 출신들이 다수 포진했다. 

베인앤컴퍼니는 미국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다. 1973년 설립된 이곳은 ‘맥킨지&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더불어 세계 3대 컨설팅업체로 분류된다. 전 세계 30개국에 45개 사무소를 뒀다. 위상이 높고 영향력 또한 커 미국 아이비리그 등 상위권 대학 출신들도 입사하기 까다로운 곳이다.

통상 이 같은 업체들은 사업전략·영업·인수합병(M&A)·조직관리 관련 컨설팅을 의뢰받아 시행한다. 폭 넓은 시야와 체계적인 구성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대형 업체 소속일수록 글로벌 기업들의 일감을 맡게 되는데, 자연히 폭넓은 인맥과 정보력 등을 겸비할 수 있게 된다. 자연히 국내외 경력채용 시장에서 컨설팅업체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베인앤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역 정보통신·테크놀로지부문 대표를 지낸 홍범식 LG 사장은 지난해 말 발탁돼 LG그룹 지주사 경영전략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 된 뒤 이뤄진 영업이었기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외부수혈 인재로 불린다. ‘순혈주의 타파’를 추진한 구 회장의 신망도 두텁다는 전언이다.

LG그룹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홍 사장을 구광모 회장이 추진 중인 개혁의 핵심인물로 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구 회장이 그룹에 본인의 색(色)을 입히기 위해 노력했다면, 홍 사장은 구 회장이 그룹을 이끌 청사진을 구체화 시키는데 공헌했다는 평가다. 향후에도 그룹 재편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홍 사장이 구광모 회장 곁에서 새 시대를 연 LG그룹의 견인차라면, 이승화 CJ 상무는 그룹의 새 시대를 열 인물로 꼽힌다. 베인앤컴퍼니에서 2014년 영입된 그는 ‘후계를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는 CJ올리브네트웍스 법인분할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이 상무는 당초 CJ프레시웨이서 근무해오다 지난해 10월 지주사 CJ로 자리를 옮겼다. CJ그룹 관계자 등에 따르면 그는 자리를 옮긴 이후, 그룹 계열사 개편 및 승계방안 마련에 고심했으며 그 결과물이 이번 사업 분할로 귀결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4월 △IT 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부문(IT부문) △헬스앤뷰티 유통사업부문 등을 45:55 비율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분할로 신설법인이 될 IT부문의 경우 CJ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지분맞교환 방식을 취하는 셈인데, 이 과정을 통해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승화 상무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재현 회장의 높은 신임을 얻게 됐는데, 향후에도 후계·승계 등 굵직한 현안에 중용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CJ그룹 측은 “이승화 상무가 IT·스타트업 육성 등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IT 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해 이번 법인분할 및 자회사편입 과정에서 업무에 역할을 해 온 것은 맞다”면서도 “전체를 기획했을 정도의 중추적인 역할은 아니다”고 다소 와전돼 알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너 일가 출신으로 회사 전면에 나선 이들 중에서도 베인앤컴퍼니 재직 이력을 지닌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현상 효성 사장도 이곳 출신이다. 조 사장은 최근 변호비용 회삿돈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의 동생으로 현재 그룹 내 2인자다.

이 밖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책임매니저 △서경배 회장의 장녀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는 서민정 씨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녀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 △윤상현 한국콜마 사장 등도 베인앤컴퍼니에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치렀던 재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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