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장·기획조정관 모두 약무직 출신, 마약기획관에도 약사 출신 후보 2명···전직 대구청장 거취도 주목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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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을 맞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최근 고위직 인사에서 약사 출신 관료를 중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인사검증이 진행 중인 마약안전기획관에도 청와대에 추천된 3명 후보 중 2명이 약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 처장의 향후 인사구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22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의경 처장이 지난 19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3월 11일 취임식을 가진 이 처장이 인보사 사태 등 현안에 집중하며 분주한 100일을 보낸 것이다. 이 처장은 취임 후인 지난 3월 25일자로 백혜진 소비자위해예방국장과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을, 4월 8일자로 황인균 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장을 발령 냈다.

소비자위해예방국장과 평가원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개방형직위다. 또 평가원 식품위해평가부장은 공모직이다. 개방형직위는 민간인도 지원할 수 있는 직위를 지칭한다. 공모직은 공무원만 지원 가능한 보직이다. 결국 이 처장 부임 전 3개 보직에 대한 서류전형 등 절차가 진행됐고, 그의 입김이 배제된 상태에서 임명이 진행된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이 처장이 영향력을 발휘한 첫 고위직 인사는 지난 17일자로 단행된 평가원장 승진인사와 기획조정관 전보인사로 판단된다. 이날 이동희 기획조정관이 평가원장으로 승진했고, 김진석 경기인천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기획조정관에 전보 발령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약무직 출신 관료다. 

신임 이동희 평가원장은 우석대 약대를 졸업했다. 그는 식약처에서 의약품관리총괄과장과 의약품정책과장, 바이오생약국장 등을 거쳤다. 당초 지난 1월 이선희 전 원장이 갑작스럽게 퇴임한 후 식약처는 개방형직위나 공모직 전환 등을 검토했지만, 결국 내부 승진으로 결정한 바 있다.

평가원은 식·의약품 위해평가와 심사, 시험분석, 연구개발 등 전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최근에는 발사르탄 사태 당시 NDMA 검출과 시험법을 만들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식품 업무보다는 의약품 업무에 비중이 더 실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 평가원장을 역임한 3명은 왕진호 전 원장과 손여원 전 원장, 이 전 원장이다. 왕 전 원장은 행정직 출신이다. 반면 손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약대를 졸업한 연구직 출신이다. 같은 약사 출신이지만 약무직 출신인 이 원장과 연구직 출신인 손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다르다. 약무직은 7급부터 출발하는 반면, 연구직은 보건연구사에서 출발해 보건연구관으로 승진하게 된다.  

이 원장은 식약처 역사상 두 번째로 약무직 출신이 기획조정관에 오른 사례였다. 첫 번째 사례는 유무영 전 식약처 차장이다. 결국 김진석 기획조정관은 약무직 출신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신임 김진석 기획조정관은 경성대 약대 출신 공무원이다. 보건복지부에서 활동하다 식약처로 자리를 옮긴 이후 한약정책과장과 대변인, 바이오생약국장, 의료기기안전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같은 인사를 단행한 이 처장도 알려진 대로 약사 출신이다. 그는 재수한 서울대 약대 81학번이다. 

이처럼 이미 단행된 인사와 별도로 이 처장은 현재 공석인 마약안전기획관 후보군 3명을 청와대에 추천, 현재 인사검증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3명은 약무직 출신 K부이사관(3급)과 행정직 출신 K부이사관, J부이사관(무순) 등으로 알려졌다. J부이사관은 행정직 출신이지만, 약대를 졸업한 약사다.

마약안전기획관은 산하에 마약정책과와 마약관리과를 두고 마약류 오남용 예방과 불법 마약류 감시체계 운영을 전담하는 국장급 보직이다. 이같은 업무 특성을 감안해 약사 출신 공무원이 유리한 위치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석인 대구식약청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직전 대구식약청장은 설효찬 국장이다. 그도 영남대 약대를 졸업한 약사 출신 관료다.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식약처로부터 수사가 의뢰됐던 설 전 청장을 수사한 결과, 지난 4월 29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앞서 설 전 청장은 대구식약청 모 과장을 회의에 참석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갑질 혐의를 받아 지난해 7월 30일 식약처로부터 직위해제를 받았다.

현재 설 전 청장은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명예를 회복한 그가 1959년생이라는 나이와 경력을 감안해 명예퇴직할지 또는 복귀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밖에도 김진석 조정관 발탁으로 공석인 경인식약청장의 경우 당분간 공석으로 두고 향후 고위직 인사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발령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식약처 관계자는 “마약안전기획관은 물론 대구식약청장 건도 7월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면서 “마약기획관외에도 최대 2명의 국장급 승진 TO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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