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투자자·연구원의 유니콘 생태계 토론···B2B 클라우드 규제·투자자 생태계 논의

21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유니콘 세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애선 KCERN책임연구원,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21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유니콘 세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김애선 KCERN책임연구원,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유니콘 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기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태계 구성원들이 필요하다. 일단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 창업자와 팀원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자금과 해외 진출을 돕는 벤처캐피탈(VC)도, 규제와 환경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필수 요소다.

21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이하 이), 김애선 KCERN 책임연구원(이하 김),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이하 한), 박성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이하 박)가 ‘유니콘’ 세션 토론을 진행하며 각자의 유니콘 생태계에 대해서 말했다. 다음은 세션토론 일문일답.

투자자로서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면 어떤가.

박: 할 바를 했다는 뿌듯함이 있다. 중국 상해에 사는 우리 아이들이 ‘방탄소년단’ 데뷔한다는 이야기 듣고 망하는 것이 아니냐고 처음엔 그랬다. 지금은 중국 상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들이 지금은 ‘아빠 천재 아니냐’는 이야기도 한다.

다음으로 빅히트, BTS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가. 엔터에서 같은 성과가 반복될까.

박: 한국에서 다음 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못 찾았다. SV인베스트먼트는 텐센트 뮤직과 JYP엔터테인먼트가 만든 합작 보이그룹에 투자했다. ‘보이스토리’라는 그룹이다. 2년간 육성해서 지난해 중국에서 데뷔했다. 또 다른 BTS를 기대하며 투자했다. 그룹이 성공할 경우, (SV인베스트먼트는) 빅히트 이상의 투자 역량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니 또 다른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가치 창출을 SV인베스트먼트 역량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글로벌 시장에 나온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한국 시장에서만 활동하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

박: 한국 시장이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 콘텐츠 시장의 경우 선진국이 동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내 시장보다 10배 이상 크다. 이런 의미에서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성과를 낸다면 더 큰 매출을 낼 수 있다. 한국 내에서만 서비스하는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김애선 책임연구원 발표를 보면 한국과 독일은 경제규모가 2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유니콘 기업 개수는 큰 차이가 없다. 규제가 없었다면 한국이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할 수 있었다라는 의미인 것 같다.

김: 유니콘 기업은 스케일업(Scale-up) 생태계를 이끌고, 생태계가 신산업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국내엔 규제가 많다. 개인정보, 클라우드 규제가 대표적이다. 이 규제들은 아직까지 국회에서 법안이 계류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하고 있다. 유니콘 개수를 언급한 것은 전략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런 규제를 없애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략적 목표가 중요하다. 물론 유니콘 기업의 숫자가 목적이 되면 안된다.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는.

김: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는 없다. 이런 시각 자체가 원샷원킬 규제 정책으로 귀결된다. 규제는 산업이 시작되기 전 안전망 수준이 돼야 한다. 인프라에 중점을 둬야 한다. 네거티브 규제를 하기 위해선 수백만가지 규제 역량평가를 한다. 규제 인프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업계는 규제를 없애라는 이야기를 오래 해왔다. 우리 사회가 규제 담론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김: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아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동안 공급자 입장에서만 규제를 이야기하다보니 갈등이 일어났다. 타다 이슈도 마찬가지다.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끼리 규제를 말하니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 싸움이 일어난다.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의견이 더 반영되면 좋겠다.

김한준 대표는 유니콘 기업을 많이 키웠다. 많은 유니콘 투자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니콘 창업자의 특징을 꼽아준다면.

한: 내부적으로 회사 대표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어떤 대표가 우리에게 찾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하는 사람이 역할이 부족한 것 같다. 역할을 바꿔야 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야하나”라고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고민은 스타트업 창업자가 사업을 어느정도 성장시켰을 때 생긴다. 알토스벤처스 투자자들은 먼저 대표들에게 상담을 요구하진 않는다. 대표들이 먼저 상담을 요청하면 ‘이제 어느정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고용과 해고는 정말 어려운 주제다. 고용과 해고를 잘 못하는 회사에 조언을 한다면.

한: 채용시험에 온 사람들이 직접 피드백이 온다. 알토스가 투자한 한 회사에서 채용 인터뷰를 했는데 임원들 질문이 형편없었다라는 말을 하더라, 고용 과정(프로세스)가 엉망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꼭 바꿔야 한다. 알토스가 직접 회사에 고치라고 말한다. 채용 인터뷰에 참여한 지원자는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곳의 중요한 임원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스타트업) 임원들이 바쁘더라도 신경써서 해야 한다. 좋은 사례가 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신입직원을 뽑으면 부모님이나 배우자에게 꽃과 과일바구니를 보낸다. 좋은 인재를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다.

스타트업 공동 창업자들이 1~2년 일하고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잘 마무리하는 방법은, 지분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기분좋게 헤어지라고 한다. 지분의 경우 공동창업자들과 골고루 나누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책임자인 대표가 절대적으로 지분이 많아야 한다. 냉정하게 계산을 해서 나중에 복잡한 일을 막아야 한다. 공동 창업자 한 명이 퇴사를 할 때도 어떤 식으로 지분이 매각되는지. 아무한테나 지분이 매각될 수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5년 전에 ‘토스’가 모두 잘 안될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유니콘 기업이 됐다. 당시에 알토스벤처스는 단박에 10억원을 투자했는데.

한: 물론 토스 회사가 좋고 대표도 좋았다. 사실은 오래 전에 두세번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페이팔(paypal)’을 만났다. 투자할 기회가 있었는데 패스했다. 엄청 후회했다. 응어리가 남아서 비슷한 핀테크 회사들을 리드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토스를 선택했다.

B2B산업을 위해 정부가 해줘야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정부가 B2B 이용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베스핀글로벌은 중국 국영기업, 사우디아라비아 전자전기회사 등과 계약 맺으며 독자적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베스핀글로벌은 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인프라 기업이다. 삼성전자, 한화테크윈, 아모레퍼시픽 등 클라우드 사업을 수주했고, 차세대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미국 B2B시장은 보편적인 제품이 나오면 한 고객에게 팔고, 그 제품을 그대로 상용화시킨다. 계속 파는 것이다. 한국은 사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따라 똑같은 결과물을 바꿔달라고 한다. 미국 오라클은 한국 정부가 그대로 사서 사용하지 않나. 그러나 한국 기업이 만든 클라우드는 똑같은 가격으로 사면서 고쳐달라고 한다. 정부부터 국내 클라우드 제품을 그대로 써야 높은 가격이 매겨질 수 있다.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 간 거래) 클라우드 사업은 적자다.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기업들도 적자가 많다. 하지만 관련 산업을 미친 듯이 성장 중이다. 최근 우버도 기대보다 못 미친 공모가로 상장을 했다. 성장세에 비해 매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시적인 흐름인가.

이: 장기적으로 봐야한다. 삼성전자가 처음에 반도체 사업 시작할 때 10년 봤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가치가 60조원, 70조원, 100조원이갸가 중요한 것이다. 특히 ‘한국이 어떤 분야에 투자해야 잘될까’라는 질문은 틀린 질문이다. 한국이 반도체 산업을 잘해서 삼성전자 반도체가 성장한 것이 아니다. 한국이 원래 철강 사업 강국이라, 자동차 산업 강국이어서 포스코와 현대자동차가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은 엔터프라이즈(Enterprise, 모험성 대규모 사업)에 무조건 도전한다. 잘하고 말고는 상관없다. 도전해야한다.

한국 B2B 소프트웨어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이 자체개발 솔루션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한국 재벌 중심 소프트웨어 바뀌어야 한다. 삼성SDS가 똑똑한 인력 다 가져갔지만 지금은 삼성전자 키우느라 인도 기업보다 못한 수준이다. (대기업 소프트웨어 기업은) 기존 가격보다 더 높게 불러 마진만 내고 IT, 클라우드 생태계에 재투자 하지도 않는다. 스타트업, B2B 기업들이 개발한 제품을 일단 (국내 기업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써야 한다. 클라우드 시장이 확대되면 클라우드를 이용한 제품은 바꾸면 안되고 그대로 써야 한다. 사실 같은 클라우드라도 대기업보다 베스핀글로벌이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연구한다. B2B 스타트업이 길게보면 더 승산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유니콘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박: 많은 유니콘 기업이 생겨야 하고 투자자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투자자 생태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힘들고, 투자 환경이 제약된 상황에서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탄생할 수 없다. 히딩크가 감독이 있어야 박지성이 나온다.

한: 유니콘 기업을 떠나 경쟁이 치열해져야 한다. 한국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1등 회사가 잘되면 끌어내리려고 하는데, 잘 되는 회사는 적극적으로 지원해 더 잘되게끔 해야한다.

김: 유니콘은 가슴을 뛰게 하는 존재다. 유니콘 비즈니스가 미래에서는 일반화된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니콘 기업을 위한 스케일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국내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러분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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