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 정상회담 계기 미중 정상 무역담판
중국 전략은 북미 양국 조속한 대화 재개···눈높이 차이 커 타결 가능성 낮아
무역협상팀 오는 25일 협상 재개···美 “합의 못할 경우 관세 추가 부과 고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 격으로 14년 만에 북한 평양을 방문했다. 앞서 미국 측의 미중 정상회담 개최 제안에 침묵으로 대응하던 시 주석은 G20회담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확정했다. 장기간 교착상태로 이어진 ‘무역갈등·비핵화’ 양대 난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가운데,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중 정상은 전화 통화를 통해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정상회담에 맞춰 정상회담을 열기로 확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G20회의 계기 시 주석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쳐 왔는데, 침묵을 유지했던 중국이 이에 승낙하며 두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마주앉은 미·중 정상, ‘무역갈등’ 협상 테이블에 올라

미중 정상이 내주 G20회의서 만나게 되면서 장기간 교착상태로 이어진 무역갈등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놓여졌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향후 무역전쟁의 전망이 판가름 날 수 있어 협상 내용 및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시 주석은 방북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북미 양국의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테이블에 마주 앉아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이끌면서 무역협상에 유리한 고점을 취하겠다는 게 중국 측 전략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20일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길 바란다”며 미국과의 대화 유지 뜻을 내비쳤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이러한 의지와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일종의 ‘선물’로 건네면서 무역협상을 다소 완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을 전하며 “중국은 다음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독특한 영향력을 미국에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북한 끌어안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미중 양국 정상도 타결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 언론 신화통신과 미국 경제매체 CNBC의 지난 20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G20정상회의 기간 시 주석을 다시 만나 양국 관계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깊은 논의를 할 수 있길 고대한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통상 협력을 중시하며 양측이 소통해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분쟁을 해결할 방법을 도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의 합의 타결을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에 시 주석은 “최근 미국과 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겼다. 양국은 협력을 통해 이익을 얻고, 대치를 통해 손실을 본다”며 “양측이 상호존중과 상호 이익의 기반 하에 협력과 안정, 조화를 이룬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세계 양대 경제강국으로서 미국과 중국이 G20정상회의서 긍정적인 결과 도출 공동 주역이 돼 세계 시장에 활력과 확신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오사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중 관계 발전에 대한 필수적인 문제에 대한 서로의 시각을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 기업을 공정하게 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중 분쟁 원인 중 하나인 화웨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역전쟁 극적 타결은 여전히 어려워

지지부진했던 양국 정상 간 만남은 성사됐지만, 극적인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정상 간 만남 전 양국 실무단의 사전 협의는 진행되겠지만, 양측의 협상 타결 눈높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등 주요 쟁점에 원론적인 합의는 이뤘지만, 이에 대한 중국 측 법률 개정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문제에 대한 이견차도 여전하다. 그동안의 고위급 협상에서도 쟁점 조율이 쉽지 않았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의 기싸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협상 미국 측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19일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에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미국은 관세를 더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협상에서 진전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무역 갈등은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관계는 지난 수십 년간 불균형하게 유지돼 왔다”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핵심 논제들이 만족스럽게 풀리지 않으면 관세를 더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언론들은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두 정상의 만남은 중단된 무역협상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며 세계 시장에도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두 정상의 통화로 지난 19일 아시아 시장 주요 주가지수가 상승했는데, 이는 무역전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이어 “양국 간 협상은 양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관심을 두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호전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은 산업, 무역, 비즈니스 대표들의 불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량하이밍 하이난대 일대일로 연구소장은 신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수단을 통해 미국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며 “G20에서의 정상회담은 목표를 달성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지렛대로 삼아 무역협상에서 협상력을 점하려고 할 것”이라며 “북한이 그동안 중국 측과 접촉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한 만큼,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라는 작은 선물을 건네면서 무역전쟁을 종식시키는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양국 무역협상팀은 오는 25일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무역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양국 무역협상팀은 미중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무역협상에 먼저 돌입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류허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가 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