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과 택시업계 생존권 사이에서 갈 길 잃은 모빌리티 서비스
합법의 덫에 빠져 방향성 잃지 말아야

 

세계적인 관점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상징하는 기업은 단연 우버이다. ‘모빌리티’ 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도 우버의 국내 진출시점과 맞닿아 있다. 2013년에 한국에 진출해 2015년 철수하기까지 우버는 가히 ‘빌런’ 수준으로 우리나라 정부기관, 택시노조 등과 백병전을 펼쳤지만 뿌리내리지 못했다.

결국 지금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지엄한 국법의 ‘합법’ 판결을 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카카오와 타다가 있다. 특히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타다의 행보이다. 타다의 이재웅 대표가 SNS를 통해 쏟아내는 말이나 타다와 관련된 뉴스들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지지와 논란을 함께 불러일으키고 있다.

택시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경험을 했던 많은 사람들은 타다의 격이 다른 서비스를 높이 사며 극단적으로 타다의 퇴출을 외치는 택시업계를 비난한다. 하지만 비싼 돈 들여 택시 면허를 취득해 팍팍한 벌이로나마 생계를 유지하던 택시업계로서는 합법과 불법 사이를 간신히 줄타기하고 있는 타다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어려운 문제다. 

어찌됐건 현재 한국의 모빌리티 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타다이다. 그렇다면 타다의 서비스가 법적으로 인정받고 규모가 커졌을 때, 과연 모빌리티 분야에서 비로소 혁신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아쉽지만 타다는 렌트카를 이용한 고급형 택시에 가깝다. 카풀이나 카헤일링 서비스처럼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차들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도로의 교통량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지도 못한다. 그동안 택시업계가 일종의 기득권으로서 차지하던 영역을 파고들어 논란을 만들고는 있지만, 흔히 말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한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요즘 국내의 모빌리티 분야 뉴스에서는 타다만 보인다. 카카오는 언제부터인가 택시업계와 타협하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고, 정작 정말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 새로운 서비스들을 준비 중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은 대중의 관심도, 정부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스타트업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화제가 된 핀란드, 공교롭게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앞으로 2025년까지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모든 시민들이 자가용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과 택시 뿐 아니라 승차공유, 자전거 공유 등 모든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해 편리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쪽저쪽 눈치보느라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타다와 관련된 뉴스를 통해 모빌리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동안 겪어왔던 ‘당연함’을 다시 바라보게 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진정한 ‘혁신’을 가져올 지도 모를 다양한 중소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조명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타다도 좋은 서비스이지만, 우버가 시도했던 파괴적 혁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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