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기존 판례 유지···“부동산실명법 이상으로 재산권 본질 침해 어려워”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동산 소유자 A씨가 해당 부동산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건 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신이 산 부동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해 둔 사람이 등기 명의인에게 부동산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법원이 가능하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2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부동산 소유자 A씨가 해당 부동산 명의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건 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뒤 농지법 위반 문제가 생기자 B씨 남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A씨는 2009년 남편이 사망한 이후 이 농지를 상속받았다. 이후 B씨의 남편도 사망하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명의신탁 된 농지의 소유권을 다시 자신에게 넘기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부동산 명의신탁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땅을 돌려 달라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원인급여는 범죄 행위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을 말한다. 통상 부정한 방법으로 얻었다는 이유로 민법상 반환청구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 이에 부동산 명의신탁 자체가 부동산실명법 위반이기 때문에 원 소유자가 소유권을 되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었지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2년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지만, 그 약정 자체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어긋나진 않는다며 차명 부동산에 대해 등기명의인이 아닌 원 소유자의 소유권을 인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부동산실명법을 어긴 채 명의신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것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는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이상으로 부동산 원 소유자의 재산권 본질을 침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판결 이후 법조계에서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은 금지돼 있는데도 차명 부동산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의신탁을 하더라도 땅의 소유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명의신탁 자체를 뿌리 뽑기 위한 해당 법률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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