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e북 등에 이어 이제는 게임까지

사진=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처
사진=넷플릭스 웹페이지 캡처

최근 IT업계에 ‘구독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동영상 서비스 구독에 이어 이제는 게임까지 구독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독경제가 확산될수록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강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구독경제란 소비자가 회원 가입을 통해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모델을 의미한다. 과거 매일 배달되던 신문이나 우유가 대표적인 구독 서비스 사례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정기구독, 무제한구독, 대여 등으로 구분된다. 

◇넷플릭스 성공 이후 확산된 구독 서비스

정기구독은 신문이나, 잡지 등을 정해진 기간동안 배송해 주는 것을 의미하며, 대여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제품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정수기를 비롯해 자동차와 같은 고가 제품에 주로 활용된다. 마지막으로 무제한구독은 최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IT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를 일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무제한구독 방식의 경우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여러 IT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는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4200억 달러(약 469조원)에서 2020년 약 5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구독 서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넷플릭스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수천개가 넘는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소비자는 매달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고 해당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영상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구독료를 지불하고 해당 영상을 한꺼번에 보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매월 들어오는 구독료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최근 신규TV 스트리밍서비스인 ‘애플 티비플러스(apple TV+)’,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플러스(apple News+)’,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 등을 선보였다. 디즈니 역시 구독형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를 오는 11월 출시할 계획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5개 채널을 통해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영화 500편, TV시리즈 7500여편 이상을 서비스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북 역시 최근 구독형 서비스가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월정액 독서 앱 ‘밀리의 서재’는 2017년 10월 출시된 독서 구독 서비스로, 전자책 3만여권과 웹툰, 리딩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디북스, 교보문고도 각각 리디셀렉트, 샘 무제한이라는 무제한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제는 게임도 구독하는 시대

동영상 구독과 더불어 주목할 점은 이제 게임에도 본격적으로 구독서비스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임의 경우 과거에도 일부 구독서비스가 존재하긴 했지만 통신 기술의 한계 등으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의 성공과 5G의 출현 등으로 인해 글로벌 IT 공룡들이 본격적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에 뛰어들기 시작한 상황이다. 최근 애플이 공개한 애플 아케이드는 월정액제를 도입해, 매달 구독료를 내면 애플 아케이드에서만 단독 서비스되는 100여종 이상의 프리미엄 게임을 제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열린 게임쇼 ‘E3 2019’에서 새로운 PC용 게임 구독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 포 PC’를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월 9.99달러로 최신 게임을 무제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구글 역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통해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구글 스태디아는 게임을 먼저 구매한뒤 스트리밍 할 수 있는 ‘스태디아 베이스’와 구독형 서비스인 ‘스태디아 프로’ 등 두가지 종류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스태디아 프로의 경우 가격은 월 9.99달러로 제공되며 최대 4K 해상도, 60FPS, 5.1 서라운드 사운드 품질로 송출된다. 

전문가들은 게임 구독 서비스가 향후 대중화될 경우, 게임 과금 방식 자체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 자체는 무료로 이용하고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부분유료화’가 대표적인 과금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구독형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부분유료화 방식이 힘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구독형 모델에 부분유료화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로 과금 방식이 바뀌었듯 구독형 모델도 국내 게임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구독형 모델 확산 이후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더욱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넷플릭스가 구독경제의 힘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제는 IT·게임을 넘어 제조업 등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구독형 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독형 모델이 각광받으면서 앞으로는 플랫폼 업체들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질것이다. 특히 게임에 있어서 과거 개별 게임사들의 힘이 강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구글 등으로 그 중심이 점차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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