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범정부 노정 교섭 틀 필요, 직고용 ‘생명·안전’ 기준 확대”···정부 “검토 중”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삭발식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지난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삭발식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공공부문 곳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 추진 후에도 여전히 비정규직에 머물러 있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됐어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정규직화 정책 보완에 나설지 주목 받는다. 

국립대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6일 파견용역직 2차 공동파업에 나선다. 학교 현장에서 청소, 경비, 조리, 강사 등의 업무를 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7월 3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파업을 한다. 우체국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처우 개선과 미화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같은 날 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와 이를 위한 범정부적 노정 교섭구조 틀을 요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내달 3일부터 공공부문 가운데 쟁의권을 확보한 각급 노조들이 3일 간 총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은 파업 규모가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지 노동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밝힌 지 2년이 됐으나 여러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전히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많다. 국립대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도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이 외에도 각급의 공공부문에서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도 많다. 원청이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형식으로 정규직화 했기 때문이다. 자회사 전환 후 이윤, 일반관리비, 부가세 등이 이전의 용역업체와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 아닌 자회사 관리비에 쓰였다. 전국불안정노동청폐연대와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현재 42개 공공기관이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은 범정부 노정 교섭 틀 마련, 직고용 ‘생명·안전’ 기준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제대로 개선하고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 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 차원에서 핵심 요구는 범정부적 노정 교섭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국장은 “지금은 고용부, 문체부, 환경부 등 각 부처별로, 각 공공기관별로 각각 정부와 노조가 교섭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체 예산 구조를 결정하는 것은 기재부와 행안부다. 이 상황에서 각 부처 차원의 노·정 교섭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공무원들은 ‘공무원 보수위원회’를 통해 범정부 차원에서 임금을 결정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러한 협상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했다.

◇ “예산 다루는 기재부·청와대가 적극 나서야”···합의 늦어질수록 국민 피해 우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에서 ‘예산’ 부분이 중요하다. 예산을 짜는 기재부가 중심이 돼서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은 이게 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기재부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범정부적 차원의 노정 교섭 테이블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청와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에서 이에 대해 본격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조의 요구 사안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범정부적 노정 교섭 틀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체 컨트롤타워를 총리실로 할지, 청와대로 할지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 전문가들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막기 위해 생명,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확대 해석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지금은 지나치게 좁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하라고 했다. 그러나 국립대 병원들은 환자의 위생과 음식을 책임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요구한다.

김철 실장은 이 외에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는 기구의 구성과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기간제), 노·사·전 협의체(파견·용역)는 구성 과정에서부터 당사자 참여가 배제되거나 형식화됐다”며 “이는 전환결정기구의 구성 및 운영을 기관 측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문제도 거론됐다. 김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책은 이전 정부처럼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문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채 대다수 일자리를 일단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며 “무기계약직은 기존 정규직과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있다. 이에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무기계약직과 기존 정규직이 직무, 임금, 승진 등 인사관리체계에서 통합돼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완성된다”고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 파업을 시작하면 학교 급식, 병원 청소 공공 서비스가 일정 부분 멈출 수 있다. 국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노조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간 입장 차가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안타깝게도 급식 등의 서비스가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사용자인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총선을 앞두고 계획적인 측면이 있다. 하반기가 돼야 합의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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