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성장해···한국 유니콘 기업·투자액 늘었지만 M&A와 규제해소 아직 아쉬워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 세션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박원익 조선비즈 ICT팀장,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매니징 디렉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강석흔 본엔젤스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 세션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왼쪽부터 모더레이터 박원익 조선비즈 ICT팀장,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매니징 디렉터,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강석흔 본엔젤스 대표. / 사진=차여경 기자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잘 성장하고 있는 편이다. 보통 미국, 중국 등 큰 스타트업 시장과 비교하면서 자학하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뛰어난 수준이다. 옆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오히려 더 잘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학생들이 주도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를 만든다는 점이 부러웠다. 이제는 규제 외에도 스타트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한 때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말하며 “지난 4년 동안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많이 성장했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3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올해 4조원까지 벤처 규모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트렌드를 ▲100억원 이상 규모 투자 증가 ▲유니콘 스타트업의 증가 ▲활발해지는 스타트업의 스타트업 인수 ▲스타트업의 대중매체 광고 증가 ▲매출의 증가 ▲인재의 스타트업 유입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증가 ▲ 스타트업 해외 진출 러시 등을 꼽았다.

임 센터장은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지난해 78개였다. 지금은 145개로 1년새 67개 늘었다. 유니콘 기업도 CB인사이트 기준 8개까지 증가했다”며 “넥스트 유니콘 후보도 하이퍼커넥트, 마켓컬리 등 9개사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과 달리 해외 유학파, 컨설팅 회사, 대기업, 연구기관 등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오고 있다. 정부자금에 기대지 않은 벤처캐피탈(VC)도 증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야놀자의 해외 진출 소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센터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타다 이슈, 규제샌드박스 등 스타트업 규제 문제와 투자회수(EXIT) 중 인수합병(M&A) 수가 적다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전반적으로 벤처투자가 늘어났지만 한국의 투자회수는 장외거래가 많은 기형적 구조로 M&A회수는 평균 26.8억원에 그친다. 미국 평균 M&A회수액은 1172억원으로 차이가 크게 난다” 아쉬움을 전했다.

임 센터장은 “정책에서 시장으로가는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가 더 정착되기 위해서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규제 외에도 스타트업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기술이 근래 보기 어려운 큰 변화의 시점에 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날 수 없다”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 “내년까지 베트남 기회 열려 있어… 인도네시아 진출 위해선 장기적 시선 필요해”

한편 동남아시아 시장은 스타트업 성장 초기 단계를 밟고 있는 추세다. 강석흔 본엔젤스 대표는 “동남아 시장은 한국 투자자 관점에서 새로운 산업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본엔젤스가 그동안 투자한 스타트업은 총 164개다. 그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20개에 투자했다.

강 대표는 먼저 베트남 시장에 대해 설명했다. 강 대표는 “베트남은 베트남계 미국인, 해외 유학파 출신 창업가가 많다. 주로 핀테크, 물류, 여행 의식주 기반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씨드투자(초기), 프리시리즈A투자 단계는 한국, 일본,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이 몰려있다. 그러나 시리즈A, B 투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아한형제들이 베트남 식품배달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긍정적인 촉진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해외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베트남은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첫단계에 이제 막 진입했다. 투자 스테이지별 기회가 모두 존재하고, 내년까지 (한국 투자자가 진출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려있다. 21세기 신라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라방은 중국 당나라(618∼907) 때 중국의 동해안 일대에 설치되었던 신라인의 집단거주지역이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는 투자규모가 크다. 스타트업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합계는 2012년 이후 매년 증가한다. 그러나 2015~16년까지는 누적 스타트업 기업가치는 높아지고 투자건수가 줄었다. 몇몇 유니콘 스타트업 위주로 자금이 쏠렸고, 매출이 일정한 일부 기업만 투자하는 분위기가 생겨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2012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인도네시아 시장은 이커머스와 물류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최근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기업은 택시앱 ‘고잭’,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 등이다”라며 “인도네시아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두 번째 국면에 진입했다. 초기 투자자가 시리즈B이상으로 움직인다. 한국 투자자들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태국 스타트업은 750여개다. 예비창업까지 포함하면 2000개 정도다. 한국 스타트업을 3만개라고 보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예상될 것이다. 그러나 2017년부터 태국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핀테크가 많은 투자를 유치받는다”며 “시리즈A 투자는 늘어나지만, 시리즈B이상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남아 시장은 한국에 대한 호감이 지속되고 시리즈A, B 투자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국 투자자들이 주류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다. 국가 성장률 및 젊은인구 비율도 높다”며 “그러나 국가 선정과 산업, 문화, 언도, 제도, 규제 등 선행조사를 필수로 해야 하고 시행착오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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