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무엇을 보고 ‘뉴트로’를 이야기할까. 크리에이터의 시선을 빌려 뉴트로를 채집했다.

 

①프로젝트 렌트

프로젝트 렌트의 토종벼 프로젝트 몰랐거나, 잊고 있던 과거의 정보를 다시 마주했을 때, 그리고 대중은 그것들을 너무나 재밌고 의미 있게 여긴다면, 뉴트로의 영역에서 이해할수 있지 않을까. 콘텐츠 콘셉트 매거진 프로젝트 렌트는 최근 ‘토종벼’를 주제로 재밌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5천 년역사에서 생산량 증대라는 명분하에 사라진 1천5백여 종의 ‘토종벼’를 고찰하는 기획이었다. 전통 벼의 종류와 맛, 재배 방법을 조명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나아가 과거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이야기는 요즘 세대에게 번뜩이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국에 토종벼가 1천4백52종 있었다는 사실이라든지, 어떤 논은 검은색이었다든지, 벼가 180cm까지 자라서 사람이 논으로 들어가면안 보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이다. WORDS 최원석(필라멘트앤코·프로젝트 렌트 대표)

 

 

②OUTDOOR

힙스터들의 성지, 더 그레이트 아웃도어! 독립 문화와 로컬리즘,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 붐을 이야기할 때 ‘힙스터’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주류 문화가 돼가고 있는 ‘뉴트로’ 현상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포틀랜드, 베를린 등지에서 다시 등장한 힙스터 문화와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책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약한 지식인 대신, 숲속 사람들의 생명력과 미숙함을 좋아했던 낭만주의자들이 부츠를 신고 도보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낭만주의 운동이 가장 강력하게 일었던 독일이 1백50년 역사를 가진 아웃도어 본고장이 된 건 우연이 아닐 거다. 그리고 프랑스 지식인들이 이성에 대해 재잘거릴 때 ‘문명은 인위적이다’라고 외치며 산과 들로 향했던 저항 문화는 힙스터의 조상인 히피와 보헤미안의 태동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하위문화를 추종하는 오늘날의 힙스터들에게 그 어떤 공간보다 힙한 성지는 ‘날것’ 그대로인 대자연 속 ‘아웃도어’다. 서핑과 백패킹에 빠진 요즘 세대를 보면 이해가 빠를까. WORDS 남윤주((주)블랙야크 마케팅본부 차장·<나우매거진> 콘텐츠 디렉터)

 

③<지우개 전성시대> 전

지우개가 레트로를 넘어 뉴트로의 소재가 되다니 최근 전시와 관련한 검색을 하던 중 <지우개 전성시대>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을 발견했다. 링크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시대를 풍미하던 각종 캐릭터와 형형색색의 과일, 귀여움 넘치는 동물 모양 지우개들이 저마다 캡션을 달고 당당히 작품으로서 자리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메모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요즘이고, 노트보다는 노트북이 익숙한 시대 아닌가. 지우개일 뿐인데, 새로웠다. 지우개가 똑똑하게 이미지 변신을 하고 돌아온 것 같아 반가웠다.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존재가 지금은 새로운 작품으로서 ‘뉴트로’의 모습을 하고 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시간 참 빠르네’라며 쉬이 보고 지나치려다, ‘이거, 뉴트로잖아’ 싶어 몇 번을 다시 봤다. 2019년에는 지우개가 레트로를 넘어 뉴트로의 소재가 됐다. WORDS 박제언(마케팅 큐레이터)

 

 

④GRUNGE

펄잼의 에디 베더 룩을 떠올려보시라!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으로 대표되는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밴드들의 스타일. 일단 ‘얼터너티브’가 록 음악의 장르를 대변하는 단어가 된 것부터 모호하지만, ‘그런지’는 단순히 패션을 일컫는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빈티지 타탄 체크 셔츠, 길게 늘어뜨린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 흠집이 여기저기 보이는 빈티지 진 등이 상징적인 아이템일 뿐. 그리고 지금. 1990년대 패션이 ‘뉴트로’ 열풍으로 재조명되면서, 그런 아이템들이 ‘핫’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지’ 스타일링의 정수는 펄잼의 에디 베더 룩을 꼽을 수 있다. 1992년 네덜란드 란트그라프에서 열린 ‘핑크 팝페스티벌’에서의 바로 그 모습이다. 이날 에디 베더는 멋진 스테이지 다이빙까지 보여주었다. 다이빙만큼이나 단연 눈에 띄는 아이템은 브라운 스웨이드 재킷과 무심하게 찢어버린 반바지와 롱 삭스, 그리고 낡은 닥터마틴 부츠였다. WORDS 김태연(매거진 <더 블링> 편집장)

 

 

⑤양양

커다란 뉴트로 공간 뉴트로가 레트로를 뛰어넘어 경험해보지 못한 ‘옛것’을 통해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라면, 서핑은 어떨까? 서핑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아직 많은 이들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으로 남아 있고, 대부분의 서핑 장소는 특유의 서프 문화로 설명되는 컨트리 분위기를 간직한 채 바로 옆 동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서프보드를 이고, 들고 바다로 나가는 서퍼들이라도 마주하면, 비로소 내가 새로운 곳에 와 있음을 느끼게 되니까. 영화 <기젯(Gidget)>(1959)의 장면을 상상했다면, 머릿속 이미지를 현실로 옮겨와도 좋겠다. 국내에서 가장 힙한 서핑 장소로 알려진 양양이 있으니까. 양양의 서프숍 사이사이에는 원주민의 공간도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식당이나 철물점, 구멍가게 등이 그것인데, 덕분에 양양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 오래된 해양 스포츠에 대한 요즘의 관심을 뉴트로로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양양이 지닌 공간적 조화가 뉴트로에 더 가깝지 않을까. 여기서는 비치보이스의 ‘SURFIN USA’가 ‘빈티지 팝’이 아닌 가장 핫한 유행가처럼 들리니까. WORDS 장래홍(매거진 <WSB FARM> 편집장)

 

 

⑥FILA

휠라를 부활시킨 뉴트로 공식 1020세대는 늘 참신한 것에 목말라 있다. 장황한 브랜드 히스토리나 왕년의 이미지는 중요하지 않다. 휠라는 그런 젊은 세대의 심리를 반영해 브랜드 스토리를 소구하는 대신, 디자인과 비주얼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데집중했다. 큼지막한 로고를 머금은 티셔츠와 투박하기 그지없는 신발이 ‘촌스러운 디자인’이라는 건 누가 이야기해주기 전에는 모를 일이다. 그저 눈에 예쁘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휠라의 전략을 분해해보면 ‘선 RETRO, 후 NEW’가 아닌, ‘선 NEW, 후 RETRO’ 방식, 참신하게 접근한 후, 헤리티지를 슬며시 드러내는 묘책을 쓴 셈이다. 브랜드 휠라는 ‘뉴트로’라는 메가트렌드를 주도한 ‘개척자’는 아니지만, ‘헤리티지의 재해석’이라는 가장 쉽고 현명한 방법으로 뉴트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브랜드이자, 최대 수혜자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WORDS 오창문(매거진 <스트리트 풋> 편집장)

 

 

⑦JTBC <슈퍼밴드>

유튜브 세대들이 연주하는 오아시스라니! JTBC의 <슈퍼밴드>가 주목받는 건 개인의 역량과 퍼포먼스 때문만은 아닐 거다.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과 같은 밴드의 기본적인 포지션 외에 클래식 악기와 DJ, 프로듀서로 지원한 참가자들이 독립된 아티스트로 서로를 빛나게 하는 연출력이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보다는 아티스트 간의 교류를 즐기러 나온 참가자들은 그래서 뚜렷한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에 몰입한다. 심사위원들도 심사평이 아닌 감상평으로 그들을 존중한다. 특히 유튜브 세대가 연주하는 오아시스나 콜드플레이, 빛과 소금의 무대는 가히 충격적이다. 힙합으로 한국 대중문화에 ‘다양성’이라는 꽃을 피우게 해준 <쇼미더머니>처럼, 세대를 ‘음악’이라는 매개로 연결해준 <슈퍼밴드>는 지금의 뉴트로 트렌드를 그들의 영역에서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클래식과 대중문화, 주류와 비주류 간 영역을 파괴하는 신선한 시도를 한 것도 대단한 일이고. WORDS 남윤주((주)블랙야크 마케팅본부 차장 / <나우매거진> 콘텐츠 디렉터)

 

 

⑧덴덴타운

다시 주목받는 레트로 게임의 성지 오사카 닛폰바시에 위치한 전자상가 거리. 현지에서 ‘덴덴타운’이라고 길을 물어봐도 오히려 못 알아듣는 경우가 왕왕 있다. 거기에는 다양한 편집숍부터 전자 부품, 레트로 게임, 성인용품 매장이 밀집해 있다. 레트로 게임 문화는 바로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서 국내로 레트로 게임 유통이 이루어져왔으니까. 영향력으로 보나, 레트로 게임의 영역에서 보나, ‘덴덴타운’이 요즘 뉴트로 트렌드로 다시 주목받는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몇몇 브랜드에서 이곳의 레트로 모델들을 참고해 기기를 새로 만들어 출시할 정도니까. WORDS 이원택(매거진 <리얼매거진> 편집장)

 

 

⑨벨트백

그 시절의 아이템이 다시 부활하다 1980~90년대에 패션 좀 안다는 사람들이 사랑했던 아이템 중 하나가 벨트백이다. 그 시절에는 힙색이라 불렀고, 요즘은 페니백이나 웨이스트백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불러도 좋은 벨트백이 뉴트로의 흐름을 타고 다시 컬렉션에 등장하고 있다. 과연 일상생활에서 활용이 가능한가 의문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트렌드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데님 팬츠, 윈드브레이커, 스니커즈등 1990년대를 상징하는 패션 아이템과 매치할 수 있다. 벨트 디테일이 가미된 백이나, 크로스 형태로 매치할 수 있는 형태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디자인은 미니멀한 재킷과 팬츠에 포인트로 더하기 좋다. WORDS 문승희(스타일리스트)

 

 

⑩잔나비

그래도 잔나비 1970~80년대 감성을 재해석해 ‘뉴트로’ 트렌드를 제대로 만들고 이끌어낸 밴드, 잔나비. 빠른 템포와 반복되는 가사가 아닌, 심장 박동과 나란한 리듬에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가사. 거기에 가사의 시적 운율과 단어들을 곱씹게 하는 잔나비의 음악은 어쩌면 대중이 기대하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집 수록곡 ‘She’ 중 ‘그 미소 위로 닻을 내리고’와 ‘꿈과 책과 힘과 벽’ 중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가사가 스칠 때마다 머릿속에 수많은 그림이 그려지고, 영상이 펼쳐진다. 음악은 물론 밴드들의 패션과 무대 매너까지. 뉴트로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잔나비가 기특한 요즘이다.  WORDS 허남훈(뮤직비디오 감독)

 

 

⑪진로

진짜가 돌아왔다 발 빠른 식음료 업계에서 내놓는 뉴트로풍 패키지는 어설프거나 우스꽝스러워도 ‘피식’ 웃음이 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두꺼운 폰트에 직관적인 말투로 무장한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올 법한 리패키지 제품들은 장 보는 재미를 만들어준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1970~80년대 파란색 진로 라벨을 기반으로 재탄생한 일명 두꺼비 소주 ‘진로(眞露)’다. 옅은 하늘색을 입힌 둥글고 통통한 병과 ‘진로’ 하면 떠오르는 두꺼비는 그 시절을 살지 않은 사람에게도 알 수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도수가 그때에 비해 낮은 것만 빼고는 다시 소주를 마시고 싶어지는 비주얼이다. WORDS 김진성(바텐더)

 

 

⑫코닥

뉴트로의 시작 뉴트로 바람이 어디서부터 불기 시작했을까? 필름 카메라 열풍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거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코닥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 혹은 그 카메라를 찍은 사진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기 시작했고, 얼마 후 옛날 문화를 향유하는 바람이 불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가방에 일회용 카메라 하나쯤 넣고 다니는 건 놀이이자 멋이 되었다. 재미있는 건 필름의 명가 후지나 일포드가 아니라 꼭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를 쓴다는 거다.WORDS 김원(영상 감독)

 

 

⑬아도이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 아도이의 음악에는 펫 숍 보이스, 티어스포 피어스 같은 1980년대 신스 팝 밴드의 사운드와 1970~80년대의 시티 팝감성이 묻어 있다. 그렇지만 아도이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은 30~4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만난 음악과 지금 음악의 교차점을 찾아 자신들만의 사운드를 구현해내고 있다. 그것이 그 시절에 신스 팝과 시티 팝을 듣던 사람도, 그때 태어난 사람도 아도이의 음악 안에서 만나는 생경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세대 간의 장벽을 허물자고 하면서도 ‘요즘 것들’과 ‘꼰대’로 대치하던 이들이 아도이의 콘서트장에서 대화합을 이룬다. 이래서 뉴트로가 재미있다. WORDS 하와이안샐러드(디자인 크루)

 

 

⑭THREE1987

쓰리라고 읽는다 1970~80년대 일본의 R&B, 재즈, 팝, 록 등의 음악에 영향을 받았고 그것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때의 음악을 재현하며 향수를 자극하는가 하면, 약간 세련된 면모를 더했다.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요즘 사운드로 덮었다. 다양한 장르를 고루 섞으면서 뻔하지 않은 음악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고, 그 덕에 신선함을 유지한다. 쓰리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에서 잘나가는 많은 밴드가 과거 일본 음악의 향수를 잘 간직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만, 일본 밴드 특유의 청량함은 요즘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어릴 적 들었던 경험 때문일까? 쓰리의 음악은 평화로운 기분마저 든다. WORDS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⑮젠틸루오모

올드스쿨과 뉴스쿨의 만남바버 숍에 가는 남자들의 스타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클래식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올드스쿨파, 그리고 트렌드를 읽는 뉴스쿨파. 오래된 미국 서부의 바버 숍을 연상시키는 연남동의 작은 바버 숍, 젠틸루오모는 올드스쿨과 뉴스쿨을 결합하거나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와 상관없이 바버 숍을 찾는 사람도,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사람도 만족시키는 바버 숍은 흔치 않다. 과거의 멋은 유지한 채 새로움을 두 팔벌려 환영하는 젠틸루오모만의 행보는 오래된 것이나 고집 센 장소로 취급받을 뻔한 바버 숍을 다시 보게 만든다. WORDS 권영인(푸드 유튜버)

 

 

⑯백두강산

기개가 살아 있는 다방 사실 을지로는 동네 자체가 뉴트로의 온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소위 ‘뉴트로스러운’ 공간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백두강산은 남다르다. 귀여움 혹은 유머로 치장하거나, 과하게 포장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세련되게 만든 뉴트로 공간과 백두강산은 결이 다르다. 이곳에는 일종의 기개가 있다. 일본 다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카페 혹은 다방, 백두강산은 거친 모습 속에 화려함이 공존하는 기묘한 공간이다. 종이에 두꺼운 검은 펜으로 ‘백두강산’이라 적은 간판 아닌 간판부터 둔탁한 한 덩어리 얼음을 툭 넣어주는 아이스커피까지, 그들만의 강단이 매력적인 곳이다. WORDS 이지은(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아레나 2019년 6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EDITOR 신기호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