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안자료’ 전제로 부패방지법 적용···손·목포시 “공청회서 이미 공개, 비밀 아냐”

손혜원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의원이 지난 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에서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재판 쟁점 중 하나는 손 의원이 목포시청으로부터 받은 문건(4페이지 분량)의 내용이 법률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해당 문건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아 판례상 인정되는 비밀이라는 입장이지만, 손 의원은 주민공청회를 통해 이미 공개된 내용이라며 비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손 의원이 보안자료를 취득해,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 구역에 포함된 토지와 건물을 지인과 재단 등에 매입하게 했다며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이 부패방지법을 적용한 근거는 손 의원이 지난 2017년 5월 18일 목포시 한 카페에서 박홍률 전 목포시장과 시 관계자들을 만나 건네받은 ‘목포시 도시재생 전략계획’ 문건이 ‘보안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데 기인한다.

부패방지법 제7조의 2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7000만원 이하에 처하고 이득을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즉, 검찰의 공소사실대로 부패방지법 해당 조항을 적용하려면 이 문건이 ‘비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법률상 인정되는 ‘비밀’의 범위는 대법원 판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2006년 11월 선고된 대법원 판례(2006도4888)에 따르면 부패방지법상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은 반드시 비밀로 규정됐거나 분류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은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 외에도 정부나 공무소 등이 객관적·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까지 비밀의 범주에 두고 있다.

다만 이 판례는 “관보에 공고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에 공적으로 공개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점에 비밀성이 상실된다. 일반인 또는 이해관계인들이 실제로 그 내용을 열람 등의 방법으로 알게 됐는지 여부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은 손 의원이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김범기 2차장 검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이 자료 자체가 일반인에게 공개가 안 되는 보안자료다. 행정절차를 통한 공개요청에도 비공개 처리가 됐기 때문에 판례가 인정한 정도의 비밀성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영일 형사6부장검사도 “목포시청이 대외비라고 도장을 찍은 것은 아니지만 개발 계획이나 구역이 들어있는 정보라서 당연히 공무상 기밀로 봤다”면서 “그 자료 자체를 손 의원이 취득했고, 그래서 대외비 자료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 의원은 검찰이 ‘보안자료’라고 지칭한 문서의 내용을 비밀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손 의원의 주장은 해당 문서를 받기 1주일 전인 2017년 5월 11일 목포시청 4층에서 주민공청회가 열렸고, 당시 공개된 60페이지 분량의 ppt내용 중 일부가 해당 문서로 요약된 것이기 때문에 이는 비밀이 아니라는 취지다.

실제 손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보안자료’라고 지칭한 문서의 2페이지에는 ppt상 3페이지와 16페이지 내용이 요약돼 있다. ‘보안자료’라고 지칭된 문서 3페이지의 경우 ppt의 33~34페이지가, 문서 4페이지의 경우 ppt 38·40페이지가 각각 요약돼 있다.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보안자료와 공청회자료 비교자료' / 사진=손혜원 의원실
손혜원 의원이 공개한 '보안자료와 공청회자료 비교자료' / 사진=손혜원 의원실

시사저널e 취재 결과 목포시는 공청회에 앞서 2017년 4월 26일 공고(제2017-484호)를 통해 공청회 개최 사실을 알렸으며, 공청회 당일 여러 명의 시민들이 해당 ppt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박홍률 전 목포시장도 손 의원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손 의원에게) 전달한 문서는 2017년 3월 용역보고회와 같은 해 5월 시민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요약한 것”이라며 “비공개 비밀문건이 아닌 이미 공개된 자료”라고 밝혔다.

손 의원과 박 전 시장의 반박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 측 반박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입증에 자신이 있어서 공소장에 적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문서의 비밀성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손 의원이 취득한 문서의 내용과 공개 정도를 법원이 어떻게 보는지가 이번 사건의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공소사실대로라면 손 의원은 해당 문서를 건네받기 이전부터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검찰이 기소 논리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손 의원의 통화기록과 시청 출입 기록 등을 보강해 제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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