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전무 겸 매니징 디렉터 “지난해 중국 유니콘 222개···정부지원·대기업 투자 활성화 분위기"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매니징 디렉터가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세션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전무 매니징 디렉터가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세션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중국 유니콘(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기업) 스타트업들이 200여개를 훌쩍 넘겼다. 중국 내 유니콘 기업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흙수저 루키’ 기업, 대기업에서 분사한 ‘금수저’ 기업, 유행에 맞춘 사업으로 거액 투자를 유치한 ‘날아가는 돼지’형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전무 겸 매니징 디렉터는 20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생태계컨퍼런스2019'에서 “선천적 및 후천적 자원이나 수익 모델 보유 여부에 따라 중국 유니콘 기업을 흙수저 루키, 금수저, 날아가는 돼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먼저 “흙수저 루키 유형 유니콘 기업은 뛰어난 하드웨어 설계 능력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중국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거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후천적인 노력 수익을 내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글로벌 드론 회사 디제이아이(DJI),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든 로욜(ROYOLE), 중동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한 졸리치크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금수저 유형의 유니콘 기업은 바이두, 알리바바, 핑안그룹 등 중국 내 IT(정보기술) 대기업에서 분사된 스타트업들이다. 이들은 모회사로부터 고객 자료와 자금, 기술력 등 자원을 지원받으며 성장한다.

박 전무는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이 ‘태풍의 입구에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시대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기회를 잡으면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바일인터넷, 온오프라인연계서비스(O2O), 공유경제, 신유통, 소셜커머스와 같은 트렌드 기업들이 날아가는 돼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 날아가는 돼지형 유니콘 기업은 공유차량 기업 ‘디디추싱’, 공유자전거 기업 ‘오포(ofo)가 있다. 그러나 오포는 공유경제 기업으로 유니콘에 등극했으나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해 도산 상태다. 최고 경영자는 현재 출국금지 상태다. 박 전무는 실패요인으로 “트렌드를 활용해 사업을 했지만 거대한 자금을 광고에 투입하고, 경쟁사와 출혈가격전쟁을 하며 유동성에 위기가 왔다”고 날아가는 돼지형 기업의 명과 암을 전했다.

이어 박 전무는 “날아가는 돼지형 유니콘 기업은 기술장벽을 구축해 후발주자 경쟁자와 차별화 전략을 해야 한다. 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시장 내 압도적인 점유율도 확보해야 한다”며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안정적인 자금조달로 사업을 유지하는 것도 이들의 생존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경제연구기관 및 미디어 회사 '후룬'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 기업 개수는 올해 1분기 기준 202개다. 레전드캐피탈 자체 조사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유니콘 기업은 222개다. 금융, 엔터‧미디어, 인공지능, 물류, 인터넷 서비스, 의료‧바이오를 중심으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이 중에서 유니콘 기업은 63%를 차지한다. 상장 전 10조원을 달성한 데카콘 기업들은 12개로 전체 6%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선전 4개 도시에 유니콘 기업들이 가장 많이 분포 중이다.

박 전무는 중국 유니콘 기업 성장 원인으로 ▲전통 산업의 인프라 낙후 ▲다양한 소비자 층이 공존하는 시장 ▲정부의 주도적인 산업 지원 ▲알리바바&텐센트 등 인터넷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다양한 자본시장을 통해서 유니콘 기업 상장 가능 ▲유니콘 밸류에이션에 투자해도 수익 실현이 가능 등 6가지를 꼽았다.

그는 “중국은 선진국가 대비 신용카드 보급량이 적고 위조지폐가 많다. 온라인,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시장 95%를 점유 중”이라며 “또한 다양한 소비자 시장이 있고, 지역마다 소비 기반이 있어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난해 기준 153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박 전무는 “중국 공안, 교통관리국이 고객으로서 보안 및 이미지 인식 AI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에도 중국 정부가 생산단지 건설 지원 등 대폭 지원 중”이라며 “알리바바는 전체 26개 유니콘 기업에, 텐센트는 40개 유니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중국 기업들은 상하이, 선전, 홍콩, 심산반 등 다양한 자본시장을 갖고 있어 특성과 규모에 따라 거래소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뛰어드는 중국 IT기업도 많아졌다. 2017~2019년 5월 미국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 기업 수는 23개다.

한편 최근 미국와 중국 무역전쟁 영향이 중국 벤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박 전무는 설명했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 일하는 해외 벤처투자자들은 일부 미국 달러를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 LP반응이 싸늘해졌다. 중국 쪽 투자를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의 압력이라기보다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기가 나빠질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에 있는 회사들을 중국 자본에 파는 것은 힘들어졌고, 소수 자본 투자도 힘들어질 것 같다. 반면 중국은 자체적으로 국영기업에 투자하고 바이오, IT에 포커스를 두며 자체 생존을 하려고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