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완화’에 한전 난색···국회 동의 필요해 ‘냉방복지’ vs ‘포퓰리즘’ 공방 예상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올여름(7·8월) 한시적으로 누진제가 개편된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권고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한국전력공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누진제 완화에 따른 손실액을 분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테스크포스(TF)’ 최종 권고안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 현행 3단계 구간을 늘림으로써 2017년 전력소비 기준 1541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평균 17.8% 할인될 것으로 기대했다. 가구별 월 1만원 상당의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다.

현재로서 해당 권고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비록 한시적으로 시행되지만, 이 과정에서 2847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해 한전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은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영업손실은 2080억원, 순손실은 1조1745억원이었다. 올 1분기에도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내 적자폭이 확대됐다.

협상 과정에서도 한전은 이 부분을 강하게 부각하며, 누진제 완화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비록 공기업이라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상장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은 사기업이 적자를 끌어안게 될 정책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 일부 소액주주들의 경우 단체행동까지 예고하며 정부의 누진제 완화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한전은 TF 논의와 동시에 이사회가 누진제 완화 안건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리해석을 대형 로펌 두 곳에 의뢰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에 앞서) 법률적 사항을 검토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뢰했다”고 설명했으나, 의뢰를 한 것 자체가 곧 해당 안건의 의결이 적자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

이에 정부도 한전의 부담을 나눠서 질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여름마다 살인적인 무더위가 반복돼 온 만큼, 정부가 ‘냉방복지’ 측면에서 이번 권고안을 시행하고자 한다”며 “TF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한전이 입게 될 손실분을 부담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에 한전도 누진제 완화에 수긍을 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시사저널e에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다소 와전됐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가 오롯이 ‘부담’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담’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채원 산업부 전력시장과 팀장은 “국회 승인 등 예산 소요를 위한 관련 절차를 통해 한전 손실분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금액 등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 측도 “지난 11일 진행된 TF 회의에서 한전 손실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점 등을 논의했다”며 “현재는 우선 민관TF에서 권고안을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에 (부담이 될지 분담이 될지 모를) 정부의 지원과 관련된 구체적 협의 내용은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예산 지출을 위해선 국회 동의가 필요해 즉각적으로 시행되기는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여당에 유리한 행정으로 비쳐질 수 있어 야당의 반대 또한 극렬할 것”이라며 “현 정부의 ‘냉방복지’에 맞서 ‘포퓰리즘’이란 프레임으로 대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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