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직원 첫 재판 ‘공전’···“수사 마무리까지 증거 못 보여줘”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관련 증거인멸 수사의 데드라인을 7월 초로 못 박았다. 대신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들에게 관련 증거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면서 이들의 본격적인 재판은 내달 중순으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18일 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백아무개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아무개 상무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삼성바이오 보안 실무 담당 직원인 안아무개씨, 삼성바이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양아무개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에 대한 사건도 함께 열렸다.

하지만 재판절차는 진행되지 못한 채 공전했다. 검찰이 피의자들에게 관련 증거를 제공하지 않으면서다. 양 상무 측 변호인은 “기소 한 달이 지났는데 증거 자체를 보지 못했다. 증거 동의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고 수사 과정에서 담합이나 회유 정황이 있어 공범에 대한 수사를 위해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증거인멸 혐의 수사가 7월 초에 마무리돼 그 후에 열람·등사를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답했다.

증거인멸 수사를 마무리하고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검찰 공식 브리핑과 맥이 맞닿은 설명이다. 검찰은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조사하면서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답변에 재판부는 “원칙적으로는 기소가 되면 증거 열람이 가능해야하고 재판 진행이 돼야 한다”라며 “피고인들이 구속 상태고 재판부도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오는 7월 23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검찰의 수사종료와 변호인들의 기록 검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지난 12일 기소된 삼성전자 부사장 2명에 대한 재판도 병합해 심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없애거나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 증거인멸이 이뤄졌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들의 윗선으로 정현호 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