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격 14년 만에 방북···비핵화·무역협상 우위 점하기 위해 밀착행보
북핵 해결 도우며 미국에 무역전쟁 양보 기대···트럼프 대통령 물러설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 “이번 북중정상회담 큰 의미···비핵화 관련 기존 입장 재확인하는 데 그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에 방문한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에 방문한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미·중 무역갈등과 홍콩 시위사태로 궁지에 몰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1박2일 일정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과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이달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열흘 남겨둔 시점과 맞물려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을 기회로 삼아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고 무역전쟁 봉합을 위한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2012년 집권 이후 7년 만이다. 국가주석격으론 2005년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처음 이뤄진 이번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의 상징성은 물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차례 방중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특히 이번 방북은 G20정상회의를 열흘 남겨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측면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전쟁, 화웨이 문제 등으로 미국과 전방위 전선을 형성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G20정상회의 앞두고 ‘영향력 과시’ 위해 방북하는 시 주석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까지 북한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인민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도 18일 시진핑 주석의 방북 소식을 큰 이슈로 다루며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 언론은 과거 시 주석의 방북을 ‘공식적인 친선 방문’이라고 표현했던 것과 달리 ‘국빈 방문’으로 명시해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8일 ‘시진핑,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빈 방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요청으로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며 “중국 공산당 및 국가 최도지도자가 방북하는 것은 14년 만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중국 언론들이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는 데는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서 미국을 의식해 적극적인 개입은 자제했지만,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역할론을 강조해왔다. 만약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북한을 설득해 북미대화 재개가 성사된다면 중국의 한반도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강조할 수 있다.

정지융 푸단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시 주석이 북·미 양국 지도자를 이달에 모두 만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은 교착 상태를 풀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진 장량구이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북핵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질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슈 중 하나”라면서 “시 주석은 방북을 통해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방문한다. 사진은 지난 1월 4차 방중한 김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는 20~21일 북한을 국빈 방문한다. 사진은 지난 1월 4차 방중한 김 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시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 주석, 방북 통해 무역협상에서 우위 점하려 할 듯

G20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은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비롯해 교착된 북미 대화를 이끌어낼 경우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예전처럼 중국을 압박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이 G20회의 때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데 중국이 도움을 준다면 미·중 간 무역협상에서 이를 반영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중국은 무역협상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기 위해 북핵 문제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려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같은 날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시 주석이 미·중 무역갈등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이달 말 G20정상회의에서 만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 재개라는 선물을 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의 도움을 대가로 미·중 무역협상에서 한발 물러설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은 대(對)중 압박 카드인데, 북핵 문제를 재선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내년 11월 대선까지 북핵 이슈를 끌고 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조기 해결하려는 중국의 역할이 큰 도움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한 북한의 비핵화를 안겨다줄지도 미지수다. 중국이 북핵 해결에 기여하려면 북한의 전향적인 양보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를 받아드릴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미국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견제하면서도 중국이 비핵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신뢰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미중 양국이 ‘북핵 방법론’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다”며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한편, 중국은 북한 측면에서 단계론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을 신뢰하는 데는 중국이 북한에게 비핵화 압력을 넣으라는 간접적 메시지가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다만 이번 방북은 아마 기존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그쳐 특별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며 “하지만 흐름상 중국을 만난 북한은 항상 미국을 접촉해왔다. 이게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며, 중국도 북한을 지렛대로 무역협상에서 협상력을 점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 주석 방북을 계기로 이뤄질 북중정상회담은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특별히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 주석은 지렛대 역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전쟁을 종식시키기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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