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책위원회 “은행권 편 들기” 비판···금융위, ‘개인적 견해’ 입장
은행권 “거래 기업, 파생상품 위험성 충분히 인지”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규탄하고 키코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기욱 기자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규탄하고 키코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이기욱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키코(KIKO) 사태 관련 발언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의 갈등설에 불거지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사퇴 주장까지 나왔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와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규탄하고  키코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키코공대위 측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뒤집는 우스운 형국을 만들고 있다”며 “내달 초 예정된 키코 분쟁 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감원 흔들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구 위원장은 피해 기업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망언을 중단하고 즉각 사과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금감원과 적극 협력해 키코 사건을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코 사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이 은행의 파생상품 ‘키코’로 인해 피해를 본 사건이다. 키코는 Knock-in 옵션과 Knock-out 옵션을 결합한 구조화 파생상품의 약자로 가치 변동이 큰 상품에 상한과 하한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키코 상품은 환율을 기초로 해 만들어졌고, 2005년 중반부터 환율에 민감한 중소 수출기업들이 다수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등했고 상한(Knock-in) 초과 시 발동되는 키코 상품의 옵션으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결국 많은 중소기업이 키코 상품으로 손실을 입었으며 일부 기업의 경우 도산을 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키코로 인한 총 피해액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기업들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파생상품 전문가가 아닌 RM(Relationship Manager)과 지점장들이 상품을 판매했으며, 상품의 위험성 등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피해 기업 관계자는 “계속해서 피해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며 “당시 법정관리 지정으로 지금까지 멀쩡한 기업이 업무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간접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피해는 추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을 금융이 오히려 망쳐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11년이 지난 키코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윤 원장은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키코 계약 재점검을 권고했다. 2013년 일부 기업이 제기한 소송에서 은행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판결과는 별개로 금융감독상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5월 금감원장에 취임한 후에는 ‘키코 불완전판매 분쟁 조정’을 계획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후 남화통상과 재영솔루텍, 일성하이스코, 원글로벌 등 4개 기업이 금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고 분조위는 이달 말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최종구 위원장의 발언으로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최 위원장은 “키코가 금감원의 분쟁 조정 대상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법적 권한 범위에서 분쟁 조정을 하겠다는 금감원의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양 기관의 수장이 다른 입장을 보이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갈등과 엇박자를 우려하는 시선들이 쏟아졌다. 이에 금융위는 최 위원장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지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을 분조위 발표 전에 은행권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 위원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붕구 키코공대위원장은 “최종구 위원장은 거대 은행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며 “지난해 5월 금융위가 실시한 키코 피해 구제 설명회를 망각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구 위원장은 본인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개혁 성향의 금융 전문가가 금융위원장을 맡아서 금융과 산업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 연맹 회장은 “전 정부의 잘못된 선례를 바로 잡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찬물을 끼얹었다”며 “금융당국도 재수사에 협조해서 1000여 개 키코 피해 기업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은행권은 손해배상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파생상품 자체가 수익을 거둘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도 있는 ‘투자상품’”이라며 “가입 고객들은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계약을 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이나 계약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일부 지점의 문제일 것”이라며 “개별 사안은 해당 기업이 소송 등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 전체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배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4개 기업에 대한 분쟁 조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은행권과 기업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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