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메일 분석·관련 법령 찾으며 연구···발로 뛰며 현장 방문 수차례

기자가 최근 보도한 몇몇 기사 특히 발기부전치료제나 병원직영약국 기사는 보건의료계에서 한창 활동하는 현역들이 업계 자정 차원에서 제보한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같은 제보는 ‘업계에서 이같은 내용의 소문이 있는 것 같다’ 정도의 수준이 절대 아니다. 각종 팩트를 중심으로 치밀한 분석과 예리한 진단 등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는 수준 높은 내용이다.  

예를 들어 모 제약사 퇴직자들이 들고 나온 수십 박스의 회사 기밀을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스에 담겨진 내용을 시점과 이슈에 맞게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은 고3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대비하는 정도로 난이도가 높고 복잡한 작업으로 판단된다.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다음 관련 법령 등을 찾아 적용 여부를 연구하고 자료도 찾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작업은 석사 학위 논문에 필적하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또 병원직영약국의 경우 의협심과 정의감 등 기본 요소가 필요한 취재다. 다른 업종도 그러하겠지만 대개 보건의료계에서는 욕을 많이 먹을수록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과 불문율이 있다. 하지만 사업을 하다가 욕을 먹는 것도 일정 정도가 있다고 본다. 병원 경영으로도 품위 유지가 충분한데 직영약국까지 운영한다면 문제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주변 약국도 다 알고 출입 제약사들도 다 알고 있는데, 그 내용이 언젠가는 공개될 수밖에 없는 보건의료계 구도다. 

심지어 이 병원의 원장은 현재 여당의 눈밖에 난 우모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이웃 주민으로,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H아파트에 거주한다. 거주지만 봐도 이 나라 최고 기득권층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세상도 바뀌었다. 생각 같아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하고 싶지만 참았다.

그런데 내부고발자들은 침착하고 차분하게 현장을 수차례 방문하고 사소한 내용까지 체크했다. 관련 법령과 재판 기록, 등기부등본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챙겼다. 어느 약국에 가서 어떻게 취재를 해야 할지 등을 탐색했다. 한마디로 병원장과 병원에 대해 정보기관이 아닌 민간인 차원에서 털 수 있는 것은 다 털었다. 

그들은 겸손하게 그 내용이 기사로 발행되는 것에만 만족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욕심을 갖고 욕 먹을 짓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나 기업들이 보건의료계에 많은데, 그들은 사비를 털어 비판 기사가 활자화되는데 만족한 것이다. 기자가 한 일은 이 자료를 토대로 정리하고 현장을 방문해 사진을 찍고 기사를 작성한 것 밖에 없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같은 내부고발자들이 보건의료계를 지키고 있다면 단기간은 힘들지만 중장기적으로 차츰 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조리한 현실과 비리, 편법이 보건의료계에도 판을 치고 있지만 그래도 소수는 그들을 비판하고 응징하려는 데 본인 시간과 사비를 아낌없이 투자한다. 물론 기자도 자꾸만 게을러지는 욕구를 억누르고 내부고발자들과 호흡을 맞춰 활동하고 특히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계를 포함한 대한민국에서 편법과 비리, 부정부패를 일소하려면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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