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관련 인력 2000명 이상 확보"

/사진=윤시지 기자
18일 삼성전자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이 NPU 육성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시지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올 초 1세대 NPU를 탑재한 '갤럭시 S10'을 기점으로 플래그십 AP에 NPU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탑재할 방침이다. 이미 올해 2세대 NPU 개발을 끝내고 갤럭시 시리즈 및 타 제조사에 보급 중이다. 향후 AI 기능을 강화한 고사양 AP를 통해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위를 목표로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DDI) 등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8일 삼성전자는 서울시 태평로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NPU 사업 육성 방안을 소개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오는 2030년까지 NPU 관련 인력 확보, 응용처 확대, 차세대 기술 개발 등 세 가지 목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PU는 AI의 핵심인 딥러닝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다. 딥러닝 알고리즘에는 여러 계층의 연산이 동시에 이뤄지는 병렬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데, 기존 CPU만으로는 연산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NPU는 이 같은 병렬 연산에 최적화돼 있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실시간 AI 구동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스마트폰에선 주로 생체 인식, 카메라 등 화면 인식 기능을 중심으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향후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클라우드로 정보를 보내지 않고 단말 자체 AI 연산 처리를 통해 속도를 높이고고 사용자 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AP 경쟁력이 NPU에 있다고 보고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앞서 지난해 1세대 NPU 개발을 끝내고 ‘엑시노스 9820’ 칩셋에 탑재했다. 그에 따라 엑시노스9820의 AI 연산 속도는 전작인 엑시노스9810보다 7배나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엑시노스 9820은 올 초 출시된 갤럭시S10 시리즈 물량에 주로 채택됐다. 

이어 올해엔 모바일용 2세대, 전장용 NPU 개발을 완료하고 3세대 모바일용 NPU 개발에 나섰다. 강 사장은 “NPU가 도입되는 최우선 품목은 스마트폰”이라며 “2세대 NPU의 경우에도 갤럭시 시리즈, 다른 OEM사 제품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발짝 늦은 NPU 도입…‘엔드 투 엔드’ 기업으로 강점 발휘

최근 스마트폰 및 칩 제조사를 중심으로 NPU 경쟁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미 경쟁사들은 자사 스마트폰 AP에 NPU를 적용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초 화웨이는 업계 최초로 NPU를 탑재한 AP 기린970을 공개하고 같은 해 출시한 메이트10 시리즈부터 탑재했다. 1년 뒤인 지난해 공개한 기린980에도 역시 듀얼 코어로 구성된 NPU가 들어갔다. 애플 역시 2017년 아이폰X 시리즈의 페이스 아이디 구동을 위해 A11 칩셋부터 뉴럴 엔진을 적용했다. 퀄컴도 지난해 말 출시한 스냅드래곤855에 CPU, GPU 외 AI 연산 처리 작업을 하는 하드웨어 블록을 새롭게 추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NPU 개발을 시작해 2016년 시스템LSI 사업부에 NPU 전담 조직을 결성하고 지난해 말 NPU 탑재 AP를 출시했다. 

업계 경쟁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전사적 역량을 발휘한 독자 NPU 기술 개발에 강점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 공정 기술, 회로 설계, 알고리즘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까지 융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모바일 1위 사업자로서 SoC 기술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강 사장은 “삼성전자 NPU의 태생은 모바일 디바이스”라며 “모바일용 AP의 경우 파워, 다이 사이즈 같은 요소가 중요한데 2세대·3세대 NPU 제품 역시 이 같은 측면에 집중해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황 기술종합원 부원장은 “NPU 알고리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SOC, 그리고 상용화할 수 있는 제품 사업을 총괄한 엔드 투 엔드 기업으로서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NPU 독자 개발을 위해 관련 인력 수급에 나섰다. 2030년까지 NPU 분야 인력을 2000명 이상으로, 현재보다10배 이상 늘린다. 최근 설립한 몬트리올 AI랩을 비롯해 뉴럴 프로세싱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 산학 협력을 추진하는 등 기술 개발에 나선 점도 NPU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강 사장은 “AMD와의 전략적 협업 하에 모바일용 GPU를 공동 개발하고 있지만 NPU 공동 개발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며 "현재로서는 2030년까지 삼성전자의 독자 개발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용 넘어 전장용까지 확대…SoC 사업 집중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NPU를 기반으로 향후 산업용·전장용 NPU에까지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최근 시동을 걸기 시작한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사 사업 부문 중에선 SoC,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이미지센서를 낙점했다.  

향후 모바일을 넘어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될 NPU를 개발하기 위해선 현행 연산 속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AI 연산 속도는 5TOPS(Terra Operations Per Second) 정도다. 초당 5조 번 연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얼굴 인식, 화자 인식을 구동하기엔 충분하다. 그러나 향후 자유대화형 음성 비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을 위해선 수백 TOPS까지 속도를 높일 필요성이 제기된다.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은 “NPU가 들어간 SoC 시장은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갖는 고성장 시장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에 광범위하게 채용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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