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히트 원더는 경계해야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 사진=펄어비스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 / 사진=펄어비스

최근 게임업계는 기존 인기 지적재산권(IP)을 통한 모바일게임 출시가 유행이다. 그러나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IP 하나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게임사가 있다. 바로 펄어비스다.

펄어비스는 ‘릴 온라인’, ‘R2’, ‘C9’ 등을 만들어 유명세를 탄 스타개발자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 지난 2010년 설립한 게임사다. 펄어비스 첫 작품인 검은사막은 지난 2015년 7월 국내 정식 출시됐다. 

검은사막은 현재 국내에 출시된 MMORPG 가운데 가장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자, 가장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자랑한다.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맞출 경우, 사실상 실사 이미지에 가까운 수준을 보인다. 검은사막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누적 가입자수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8월 전 세계 동시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완료해 현재 150개 국가에서 12종의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검은사막 IP 하나로 온라인·모바일 모두 흥행

검은사막은 특히 하드코어한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는 북미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한국산 게임으론 최초로 북미 최대 게임 사이트인 ‘MMORPG 닷컴’의 인기 게임 1위 자리에 1년간 이름을 올렸다. 이같은 성과로 인해 김대일 의장은 지난 ‘2017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해외진출 유공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검은사막 흥행에 힘입어 펄어비스는 2015년 매출 217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에서 2016년 매출 622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2017년에는 매출 1172억원, 영업이익 646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2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펄어비스는 지난해 2월 검은사막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을 선보였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원작 개발에 활용한 자체제작 엔진과 리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원작 수준의 액션성과 채집, 채광, 벌목, 제작, 낚시 등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특히 모바일게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선보이며 단숨에 흥행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출시 직후부터 매출 상위권을 기록했으며 현재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 부문 매출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성공으로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액 4047억원, 영업이익 1681억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IP 하나로 온라인시장과 모바일시장을 모두 섭렵하는 쾌거를 거두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카카오게임즈가 맡아 오던 국내 서비스를 직접하게 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흥행한 검은사막 IP는 검은사막 모바일, 검은사막 엑스박스 원(Black Desert for Xbox One)으로 플랫폼 다변화에 성공하며 올해 4월 기준 누적 매출 10억 달러(한화 1조1400억원)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후속작 성공이 관건…원 히트 원더 경계해야

다만 펄어비스의 대표 IP가 검은사막 하나뿐이란 점은 향후 약점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현재 게임업계를 이끌고 있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과 같은 대형 게임사로 성장하기 위해선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최근 크게 성공했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온전한 후속작으로 보긴 어렵다. 기존 원작을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펄어비스 역시 검은사막 이외의 새로운 IP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검은사막 하나만 가지고는 게임 하나로 반짝 성장 후 내리막을 걷는 이른바 ‘원 히트 원더’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펄어비스는 지난해 9월 2525억원을 들여 ‘이브온라인’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 게임 개발사 ‘CCP게임스’를 인수했다. IP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펄어비스는 현재 다양한 후속작을 준비중인 상황이다. 앞서 펄어비스는 ‘프로젝트K’와 ‘프로젝트V’란 이름의 신규 프로젝트를 공개한 바 있다. 프로젝트K는 FPS와 AOS를 결합한 장르이고, 프로젝트V는 모바일 캐주얼 RPG다. 여기에 최근 두 프로젝트 외에도 신규 MMORPG 1종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펄어비스는 미국 LA에서 열린 E3 행사에서 PS4용 검은사막 출시와 올 초 PC 검은사막에서 배틀로얄 모드로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인 ‘그림자 전장’을 독립 게임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잇따른 신규 게임 출시 계획으로 시장의 단일게임 의존 우려는 점차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규 후속작의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펄어비스의 경우, PC 온라인게임이 쇠락해 가는 상황속에서도 검은사막이라는 걸출한 게임을 출시해 흥행 돌풍을 일으킨 뚝심있는 개발사”라며 “다만 게임 운영면에선 이제 막 틀이 잡히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쟁사들인 인기 IP 기반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IP가 얼마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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