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성정에 비춰 거악수사 탄력 붙을 듯”
“검찰 제도와 맞물리는 사안은 낙관 어려워”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윤 지검장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검찰총장이 탄생한다. 강직한 수사로 국민적 신망을 얻어온 윤 지검장이 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적폐청산 수사는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윤 후보자도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 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윤 지검장의 총장 발탁은 현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 중인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을 지속해서 밀어붙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 대변인은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 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 아니라 국민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 왔다”라며 “윤 후보자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각종 비리를 뿌리 뽑는 것과 동시에 검찰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히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윤 지검장의 지명을 바라보는 법조계 인사들의 전망은 유사했다. 적폐수사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지만,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윤 지검장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거나 전망하기 어렵다고 했다.

적폐수사 약진할 것이라는 전망은 윤 지검장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강직한 수사를 해왔다는 평가에서 기인한다. 윤 지검장은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측근이던 안희전 전 충남지사와 노 대통령의 후원자 강금원씨를 구속시켰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도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외압과 관련해 검찰 지휘부에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후보자의 전례를 보았을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견제기관으로서 검찰의 위상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윤 지검장의 평소 성정에 비추어 적폐수사나 거악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김한규 전 회장은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문제와 관련해 후보자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 예상하기 어렵다”라며 “검찰 제도와 맞물리는 사안이라 낙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지휘권’ 등 기존에 검찰이 갖고 있던 권력을 내려놓는데, 윤 지검장이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찬운 교수 역시 “윤 지검장이 특수통이고 직접수사를 해온 검사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조금 우려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의 조정안은 검찰이 해 온 특수수사를 대부분 용인하는 것”이라며 “그 정도에서 검찰수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총장 후보자가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으리라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자신의 SNS에 “윤석열 검사장은 전형적인 특수통 검사로서 검찰주의자로 알려져 있다”며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썼다.

윤 지검장은 이날 지명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면서도 검찰 개혁안과 관련한 질문에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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