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최루탄 강경진압에도 시위 격해져···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돼

지난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홍콩의회 '입법회' 밖 도로를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홍콩의회 '입법회' 밖 도로를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격렬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내일(16일) 100만명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검은 대행진’이 예고된 가운데, 홍콩정부가 ‘송환법’이라 불리는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잠정 연기할 것이란 보도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은 이 같은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케리 람 행정장관과 홍콩정부 관료들이 이날 오전까지 이어진 회의를 통해 송환법 추진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으며 금일 오후 중 람 장관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또 중국 중앙정부에도 관련 회의 결과가 통보됐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점차 고조되는 시위 상황에 홍콩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 100만인 시위를 주도한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이 16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12일 시위 현장에서는 최루탄·고무탄·물대포 등이 등장했다. 홍콩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최소 수십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14일 시위에서는 우리 민중가요 중 하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소개되기도 했다. 한 참가자가 “한국 민주화운동을 대표하는 노래”라며 제창을 주도한 것이다.

제창을 주도한 이 시위자는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 등을 봤다면 잘 알겠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의 노래’이자 2017년 박근혜를 탄핵시키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서 한국인 100만명이 모여 부른 노래다”며 “좋은 노래는 오래 전해져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원곡을 들려주고 중국어 가사를 붙인 번안곡을 불렀다. 번안곡은 ‘우산 행진곡’이라 명명됐다.

이번 홍콩 시위는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한 된 후 최대 규모 시위다. 논란이 된 범죄인 인도 조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해 대만·마카오 등이 포함됐는데,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반체제 인사 및 인권운동가를 소환하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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