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 후 발의 법안만 919건, 누적 계류법안 1만4566건····법안 홍보만 총력, 심사는 뒷전
‘실질적 처리’ 사실상 불가능···국회정상화 후에도 ‘대량폐기’·‘날림 심사’ 되풀이 우려

국회가 본격적으로 ‘개점휴업’을 시작한 5월 이후부터 14일까지 국회의원 발의 법안은 919건에 이른다. 국회 파행 속에 법안에 대한 심의 등 활동은 전무해 의원들의 ‘실적 쌓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사진=이창원 기자
국회가 본격적으로 ‘개점휴업’을 시작한 지난 5월 이후부터 이달 14일까지 국회의원 발의 법안은 919건에 이른다. 국회 파행 속에 법안에 대한 심의 등 활동은 전무해 의원들의 ‘실적 쌓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사진=이창원 기자

국회가 지난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발의 법안은 쌓여가고 있다. 법안이 발의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상임위원회 등에서의 법안에 대한 심의 등 활동은 전무해 의원들의 ‘실적 쌓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만4566건이고, 이 중 국회가 본격적으로 ‘개점휴업’을 시작한 5월 이후 의원 발의 법안은 919건이다. 이번 주(10~14일) 의원 발의 법안만 해도 총 119건, 일일 평균 약 24건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의원들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보도자료와 블로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홍보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관측된다. 특히 이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발의 법안이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해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꼭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안이 발의는 됐지만, ‘실질적 처리’까지는 사실상 불가능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당장 여야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등 내용을 담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적된다. 조속히 국회정상화가 되지 못하는 이상 다수의 법안들이 처리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 하반기 국회는 국정감사, 예산심사 등 굵직한 일정들이 예정돼 있다. 이에 현재 발의된 대부분의 법안들은 이들 일정들에 밀려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많다. 또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정상화되더라도 여야가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등 핵심 쟁점들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들에 대한 심의‧처리에는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매년 지적되는 것처럼 올해도 ‘법안 대량 폐기’‧‘날림 심의’ 등의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국회에서 많은 건수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여야간 충돌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심의를 받지 못했다. 또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 되거나 연말에 시간에 쫓겨 법안에 대한 심의가 날림으로 진행돼 다수의 ‘누더기 법안’들을 생산하는 구태가 반복돼 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법안 발의 ‘경쟁’ 속에 폐기 법안 등을 표절‧일부 수정해 발의하는 경우도 많은 상황도 많다”며 “법안에 대한 관련 상임위의 정밀한 심의가 필요하지만, 국회 공전 상태가 길어지면서 사실상 현재 상황에서도 이를 담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도 “계류법안이 1만 건을 넘어선 상황에서 법안을 계속적으로 발의하는 것에 대한 재고해봐야 한다. 상임위에 제대로 오르지도 못할 법안을 의정활동 실적 때문에 생산하고 있는 것은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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