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별정통신사업자 신청 예정
통신 사업보다 금융 마케팅 활용에 초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KB국민은행이 알뜰폰(MVNO) 사업자 가운데 가장 먼저 5세대(5G) 네트워크를 선보일 전망이다. 대형 은행의 5G 통신 서비스에 알뜰폰 업계 반응은 엇갈렸다. 알뜰폰 시장에 대형 사업자가 나타나면서 협상력이 생길 것이란 긍정과 중소업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부정적인 시각이다.

국민은행은 다른 알뜰폰 업체와 달리 5G 서비스 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14일 “LG유플러스와 5G 망 임대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달 말 약관을 확정하고 별정통신사업자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라 국민은행이 신청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기반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 안건이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금융위 의결에 따라 국민은행은 혁신금융으로 선정된 알뜰폰 사업을 2년 동안 할 수 있게 됐다.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요금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5G 임대망 우선협상대상자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가 가족결합할인과 멤버십 등에서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5G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기존 알뜰폰 업계가 아직 5G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형 사업자인 국민은행이 먼저 5G 서비스를 준비하게 된 셈이다.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은 자사 고객들의 금융상품 가입을 촉진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알뜰폰이 금융 서비스 확대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통신비 할인이라는 혜택을 주는 것이 국민은행이 MVNO 사업을 하는 이유다. 더 많은 금융 상품을 가입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

국민은행 MVNO 사업 담당자는 “고객들에게 요금할인을 주는데 VIP고객이 ‘5G 돼요?’라고 물었을 때 5G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사업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고객들이 요구하는 것에 맞춘 통신 상품이기 때문에 하이엔드 고객을 위한 상품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VIP고객들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줘야하는데 이들이 요구하는 통신이 5G일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것보다는 KB국민은행 금융 상품을 휴대전화 요금할인 과 연계시키는 것이 초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휴대전화 요금제만 간단하게 판매해서 합리적인 층을 소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알뜰폰 시장 진출에 대해 기존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통 3사의 독주를 막을 큰 사업자가 나와 주는 것이 좋다”며 “그래야 요구조건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대항력도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크다. 또 다른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업계와 손잡은 형태가 아니라 단독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오히려 시장이 잠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은행의 지점이 많고 직원 수가 많아 시장 확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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