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전기차 배터리 둘러싼 합종연횡···한·중·일 ‘新삼국지’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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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토요타 ‘발빠른 인수전’···삼성SDI·현대차·기아차 ‘심사숙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세계 3대 전기차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 무대를 둘러싼 한·중·일 3국의 완성차·배터리 생산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두드러지고 있다. 막강한 시장을 보유한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의 시장 선점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을 이어오는 가운데, 한국·일본 등의 기업들이 속속 현지 기업과 손을 잡거나 인수에 나서며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양새다.

16일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기하급수적 증가세가 예상된다. 내년 150만대 규모로 추산되는 현지 판매량은 △2023년 350만대 △2025년 580만대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생산하는 화학업체들은 제품 납품을 위해, 완성차업체들은 현지 수요 창출을 위해 저마다의 셈법으로 중국에 속속 발을 담그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사실상 한·중·일 3국이 삼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기업 모두 한·중·일 기업들이다. 이들의 점유율 역시 압도적이다. 국내 주요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도 유럽·북미 시장과 더불어 현지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차세대 시장 개척을 위한 마중물 붓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LG화학은 중국 지리(吉利·GEELY)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지리자동차는 현지 완성차 브랜드 판매량 1위 업체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명차 ‘볼보’를 2010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지리차와 볼보 등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이번 합작은 높은 품질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지리차 측의 니즈가 바탕이 됐다. 지리 측은 내년부터 판매량의 9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볼보 외에도 볼보에서 독립한 고급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말레시이사 대중차 브랜드 ‘프로톤’, 영국 택시 상용차 브랜드 ‘런던EV컴퍼니’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장기적으로 LG화학에 상당한 수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LG화학과 비슷한 전략을 취한 곳은 일본의 토요타자동차다. 당초 파나소닉과 파트너십을 이어온 토요타는 최근 CATL·BYD 등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들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토요타와 손을 잡은 CATL이 당초 파나소닉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업체라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 1월부터 4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파나소닉을 2위로 내려앉힌 CATL이 1위로 올라섰고 파나소닉이 2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에 이어 3위에 오른 업체가 BYD다. 토요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데, 이를 위해선 원활한 배터리 공급과 중국 현지 시장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이번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기업가치를 키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러 공식석상에서 반도체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꼽아 왔다. 그 때문인지 그룹 차원에서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 업체들과의 합작도 경쟁사들보다 선제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중국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 등과 합작해 장쑤성 창저우시에 배터리 셀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근래 들어선 추가 공장 설립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내년 완공 및 양산이 목표다. 또 계열사 SKC가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케이씨에프테크놀로지스(KCFT)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드라이브’에 추진력을 배가했다.

KCFT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관련 분야에선 글로벌 메이저 업체로 분류된다. 전지용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 등 2차전지 음극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지난 4월 분사해 SK이노베이션 자회사가 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 생산업체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전기차 후방 지원에 적극 나서게 된다.

‘배터리 빅3’ 중 한 곳인 삼성SDI는 중국 내 생산라인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시안 2공장 투자가 가시화될 경우 투자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다만, 현지 업체들과의 협력 등과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현재로선 BMW·폭스바겐 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삼성SDI가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며 가시적인 변화가 촉발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완성차업체들도 변화에 동참할 분위기다. 당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사실상 독점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해 왔다. 최근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모델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결정하면서 독점에도 균열이 감지됐지만, 그동안 국내 업체의 배터리만 고집해 온 것은 분명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현지의 전기차 열풍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업체들의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는데, 중국 정부가 인증 과정에서 갖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차별적 보조금 정책이 적용되면서 현지 배터리 사용을 은연중에 압박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부침을 겪은 두 업체는 ‘빅 마켓’ 공략을 위해 현지 부품업체 입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은 북미·유럽 등과 달리 정부의 입김이 굉장히 크게 작용하는 지역”이라면서 “앞서 우리 업체들이 고전했던 데에는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도 주된 이유로 작용했기에, 이 같은 규제를 피해 현지 업체들과 협력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시사했다.

김도현 기자
산업부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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