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율 5%로 저조···부산대병원 논의 결과 기준점될 듯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해야”···부산대병원 “입장 못 정해”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지난 10일 공동농성에 들어갔다. / 사진=이준영 기자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지난 10일 공동농성에 들어갔다. / 사진=이준영 기자

부산대병원과 여기서 일하는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 모든 국립대병원 노사가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산대병원이 유일하게 정부 중재를 통해 합의점을 찾고 있다. 부산대병원의 정규직화 방식 논의 결과가 다른 병원에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부산대병원 측과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은 14일 ‘조정 전 지원제도’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통한 정규직화 논의는 지난 10일 시작했다. 이날 2차 조정 회의가 진행 중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7월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차원이다. 정부가 이러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된 지 2년이 돼가고 있으나 전국 14개 국립대 병원의 정규직 전환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책 사각지대인 상황이다. 이는 국립대병원들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시행 후에도 용역업체와 계약을 2번, 3번 계속 연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다.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특히 국립대 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계획에서 1단계 정규직 전환이 지정된 대상자들이다. 공공부문 가운데 가장 먼저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할 대상자였다. 이에 최근 국립대병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국립대병원에 정규직화 시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부산대병원 노사가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중재를 받고 있어 주목 받는다. 부산대병원의 정규직화 방식 논의 결과가 다른 국립대병원에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대병원 파견용역 정규직화 방식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원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은 “정부의 원칙에 따라 부산대병원은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는 환자들의 생명, 안전과 밀접하다”며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는 용역업체와 같다. 자회사에 중간 관리비, 인건비가 들어가기에 임금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산대병원 파견용역 청소 노동자의 경우 1인당 용역비와 1인당 실제 받는 인건비 차이는 89만9459원이다. 용역회사의 중간착취를 배제한다면 현재의 예산과 비용 내에서도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 고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힐 때 그 원칙으로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밀접한 상시 지속 업무는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를 원칙으로 하라고 했다.

국립대 병원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자 이송이나 청소, 세탁,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환자들이 사용하는 병실·수술실 등을 소독하고 청소한다. 환자식을 만들고 배식한다.

반면 부산대병원측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식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입장이 없다. 정규직화 방식인 직접 고용이나 자회사 방식에 대한 영향 분석에 대해 컨설팅을 맡겼다. 아직 이 컨설팅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양측은 현재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중재 회의에는 병원 측 결정권자인 이정주 부산대병원장도 출석할 계획이다. 병원장이 출석해 어떤 입장을 가져올지, 논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관심이다.

이날 부산대병원측과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논의를 이어가거나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다. 병원 측과 노동자 대표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논의가 결렬될 수도 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관계자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국립대병원 가운데 유일하게 부산대병원이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전 지원제도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양측 당사자 모두 합의 의지가 있기에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본다”며 “지방노동위원회도 중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대병원에서 일하는 약 500명의 파견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용역 계약이 오는 30일 끝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0일 이전에 논의의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산대병원측은 용역업체를 통해 재계약을 하더라도 논의 결과에 따라 이를 취소하면 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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