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일 이후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서 빠져
한진그룹 상속세 산정일 다가오자 공매도 멈췄다는 분석 나와
케이프투자 창구에서 매수량 늘어···이달 순매수량, 국내외 증권사 창구 중 2위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3일(공시 의무 발생일자 기준)을 끝으로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서 빠졌다. / 사진=한국거래소 공매도포털 캡처.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3일(공시 의무 발생일자 기준)을 끝으로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서 빠졌다. / 사진=한국거래소 공매도포털 캡처.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지목되는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서 빠진 가운데 환매수(숏커버링) 등 지분 매입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한진그룹 일가의 입장에선 상속세 산정이 끝나 지분 확보가 중요해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3일(공시 의무 발생일자 기준)을 끝으로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명단에서 빠졌다.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는 현재 ‘메릴린치인터내셔날’과 ‘크레디트 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엘티디’ ‘모간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4월 18일부터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을 올렸다.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수 대비 0.5% 이상 발행할 경우 공시의무가 발생한다는 자본시장법 제180조의 3항에 따른 것이다. 이날 이후 지난 3일까지 케이프투자증권의 공매도 잔고는 상장주식 수 대비 0.5% 이상 유지됐었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한진칼 주가 누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한진그룹 일가가 고(故)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에 대한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선 주가가 낮아질 필요가 있는데 케이프투자증권이 대량공매도를 통해 주가를 누르려 한 것이 아니냐는 논리였다.

케이프투자증권의 대량공매도가 끝난 시점도 이 같은 의혹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케이프투자증권이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이름에서 사라진 지난 3일은 한진그룹 상속세 산정 기준일을 3거래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 법에서는 주식 상속일 전후 4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지분가치를 계산한다. 이에 따르면 올해 2월 7일부터 6월 7일까지가 기준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속세 지분가치를 산정하는 기간이 끝나고 난 이후에도 케이프투자증권이 계속 대량으로 공매도 할 지가 관심거리였다. 그런데 대량공매도가 멈췄다”며 “이미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한진그룹 지분을 1.4% 가량 매수하면서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한진그룹에 대해 백기사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이 숏커버링과 함께 한진그룹 백기사로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미 케이프투자증권 창구에서는 한진칼 매수가 크게 증가해 숏커버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1일에는 매수량이 731주에 불과했지만, 이달 3일 3만2200주, 4일 4만5992주, 5일 3만1449주, 7일 3만1098주, 10일 9만2652주, 11일 6만344주, 12일 4만6616주, 13일 3만1928주를 매수했다. 이 기간 케이프투자증권을 통한 누적 순매수(매수량-매도량)량만 놓고 보면 30만9171주로 국내외 증권사 창구 중에서 2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만 놓고 케이프투자증권의 한진그룹 지분 매수라고 확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케이프투자증권 창구 집계에는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케이프투자증권 측은 매매와 관련한 언급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진칼 공매도로 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칼 주가가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매도 대량잔고 보유 공시를 한 이후 우상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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