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신학철의 반년···“고비 넘긴 책임경영, 숙제로 남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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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신학철의 반년···“고비 넘긴 책임경영, 숙제로 남은 리더십”
  • 김도현 기자(ok_kd@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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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물질 불법 조작 등 임기 前 논란에도 선봉 나서 수습 추진
SK이노 소송전도 주도하면서 “내부 결속력에선 한계“
인화의 LG그룹과는 결 다르다 평가도···”고위 임원진 ‘불편함’ 토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글로벌기업 3M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진 반열에 올라 ‘화학업계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있다. LG화학 안팎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유의미한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새 나오는 가운데, 일부 숙제거리도 대두됐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신 부회장은 지난 1978년 풍산금속에 입사하며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어 1984년 한국3M에 입사해 1995년 3M필리핀 지사장에 임명된 후로는 주로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한국·필리핀 등 해외지사를 거친 그는 미국 본사로 호출돼 다양한 부서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승진을 거듭했다. 2011년 5월엔 해외사업부문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난해 11월 LG화학은 용퇴를 결심한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 후임으로 신 부회장이 취임한다고 알렸다.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LG화학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 CEO(최고경영자)였다. 더욱이 이 같은 발탁이 구광모 LG그룹 회장 체제 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큰 이목을 끌었다. 올 3월에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도 추대됐다.

신 부회장은 4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기초소재·전지·정보전자소재·생명과학사업본부·재료사업부문 등으로 나눠진 조직 체계를 △석유화학 △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사업본부 등으로 개편했다. 업계에서는 개편을 최소화 한 전지(배터리)사업과 강화된 첨단소재 관련사업이 각각 LG화학의 차기 및 차차기 주력사업으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했다.

◇ 임기前 논란에도 즉각 사과···책임경영 보여준 신학철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학 분야는 호흡이 다소 긴 것이 특징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까닭에 즉각적인 반응을 살피긴 어렵다는 의미다. 따라서 관련업계의 이슈가 한 번 부상하면 이 역시 해결하는데 장기간 소요되기 마련인데, 유독 신 부회장은 취임 후 갖은 이슈에 노출됐다.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이기에, 대부분 이슈들은 신 부회장 재임 전 이뤄진 과오에서 촉발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신 부회장은 적극적인 대응으로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했다. 업계는 이 부분을 두고 “상당히 인상 깊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여수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조작 사건이었다.

환경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광주·전남지역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했다. 이들 중 4개 측정대행사와 6개 배출사업장이 공모해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고, 이를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출사업장 중에는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이 포함됐다.

신 부회장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LG화학의 경영이념, 개인적인 경영철학과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고 사태를 규정지으며 “책임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문제가 된 생산시설 등의 폐쇄조치를 약속했다. 위해성 및 건강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공개할 뿐 아니라, 결과에 따라 적절한 보상까지 예고했다.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업계는 “논란이 된 직후부터 사업장 폐쇄 결정부터 적법한 보상 등의 내용이 담긴 신 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이 나오기까지 매우 단 시간 내 이뤄졌다”며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CEO의 소신과 결단력 없인 추진되기 힘들었을 사안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취임 직후 암초를 만난 격이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며 “여기에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으로 인해 1분기 실적악화까지 더해져 부담이 컸을 텐데,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며 의혹을 벗었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기대감이 더해지는 상황이어서 취임 반년 동안 한 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다”고 시사했다.

◇ 내부에선 온도차···조직에선 ‘리더십’ 임원진선 ‘융화’ 숙제

이 같은 외부의 높은 평가는 내부에서도 비슷하다. 다만, 조직 구성원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선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시사저널e가 접촉한 복수의 LG화학 관계자들은 외국에서 오래 머무른데다, LG는 물론 한국의 기업문화와 상당히 다른 환경에서 근무해 온 신 부회장의 취임 소식에 “기대감을 품었다”면서도 “기대가 너무 컸다”고 전했다.

다소 실망스러웠다는 배경에는 이번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한몫했다. 한 종사자는 “소송의 쟁점은 기술유출임에는 공감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직원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개선은 다소 부족했다”며 “부서장 등으로부터 인센티브제 개편 등 차후 개선될 것이란 이야기를 구두로 들었는데, 이후론 말 나오는 것도 없고 변화도 전무해 기대를 접었다”고 토로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은 신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월 LG화학은 최근 2년 새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 76명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영업비밀이 유출됐다며 미국 사법당국에 SK 측을 고발했다. 지난 10일에는 반대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및 영업비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해 맞불을 놨다.

또 다른 재직자는 “왜 76명이 SK행을 택했는지, 이들 외에도 숱한 종사자들이 회사를 등지고 다른 대기업들로 향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면, 이제 내부에도 눈을 좀 돌릴 필요가 있는데 아직 신 부회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이 거기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에둘렀다.

다른 이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회사 내부에서 오랜 불만으로 작용해 온 문제점들에 대해 외국계 업체서 상당기간 근무한 만큼 합리적인 사고로 신 부회장이 바로 잡아줄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평가들이었다. 더불어 조직 내부보단 조직의 체계 등을 손질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비춰진 상황에서 소송까지 제기돼 내부 결속력이 흐트러진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고위 임원진들이 다소 불편한 내색을 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지만, ‘인화’란 그룹 경영모토 안에서 수십년을 생활해 온 그룹 내 임원진들 사이에선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며 신 부회장의 적극적 대응에 대해 볼멘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LG화학 내부 및 그룹사 관계자들의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일부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며 “(신 부회장이)아직 취임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평가가 과연 옳을지 의문이다”고 언급했다.

김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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