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요기요에 위메프·쿠팡까지 '20조' 음식배달 시장 참여···배달 안 되는 식당은 맛집이어도 경쟁력 떨어져
美서 아마존도 접은 음식배달···기존 플레이어 이기기 그만큼 어려워

신림동 순대타운 건물 앞은 간판 반 민트색 오토바이 반이다. 민트색 오토바이는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배민 라이더스의 시그니처 이륜차다. 이들은 몰려드는 백순대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식당 내에도 방문 손님에게 나가는 순대를 볶는 팀과 배달 주문을 위해 볶는 팀이 나뉘어져 있다. 라이더스들은 양손 가득 포장 음식을 들고 목적지로 흩어진다. 민트색 오토바이가 떠난 자리로 다시 민트색 오토바이가 밀려든다. 신림동은 음식 배달의 인기를 이토록 생생히 실감할 수 있는 장소다.   

직접 가서 먹어야 했던 맛집이 배달앱으로 들어오고 있다. 햄버거나 짜장면, 치킨 등 일반적인 배달 음식 메뉴가 아닌 소곱창구이나 삼겹살, 쌀국수, 디저트, 밀크티, 그리고 대형 프랜차이즈인 빕스와 편의점 삼각김밥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업종에 상관 없이 음식 일체가 배달로 통하는 것이다. 배달 않는 오프라인 식당이 생소한 지경이 됐다. 

업계 추산 국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0조원이다. 이 중 1위인 배달의민족의 월 주문건수는 지난 5월 기준 3100만건이다. 1700만건이었던 지난해 5월 주문건수와 비교해 1년 새 82.3%나 늘어났다. 이 업체의 월 주문건수는 지난해 5월 1700만건에서 같은해 7월 2000만건을 돌파한 이후 계속 상승세에 있다. 최근 기준 월 이용자수만 1000만명 이상이다. 

2위 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의 5월 주문건수도 1년 전 대비 96.3% 증가했다. 배민이 늘어난만큼, 요기요도 늘어나며 전체 배달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우버이츠, 카카오주문하기 등으로 월 100만건의 배달이 이뤄지고 있다는 추산도 있다.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진다. 이커머스 업체들도 직접 음식 배달을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음식 배달앱 '위메프오'를 론칭하고 지난 4월 말부터 서울 강남구, 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도 배달앱 쿠팡이츠를 내놓고 5월 말부터 강남, 서초, 송파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 아마존도 실패한 음식 배달 사업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 사진=셔터스톡(shutterstock).

배달앱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맛집이 있느냐'에 달렸다. 배달앱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 인하와 광고비 폐지 등을 내걸고 맛집 섭외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선 전국 단위로 가장 많은 식당을 보유한 곳은 배달의민족으로, 계약 업소 수만 20만곳(이 중 유료 광고 업소는 11만곳)이다. 요기요는 올해 말까지 입점 업소 수를 10만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비교적 신작인 위메프오는 3000여곳의 식당을 유치한 상태다. 

다만 '진출=성공'이 쉽게 보장되는 건 아니다. 1995년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전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 된 아마존은 미국서 운영했던 음식배달 사업(Amazon Restaurant)을 오는 24일부로 접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서 철수한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사업의 전면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이미 음식배달 플레이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에서 뒤늦게 뛰어든 탓에 경쟁에서 밀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리서치업체 세컨드메져(Second Measure)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미국 음식배달시장 점유율(Share of US Meal Delivery Sales)은 1위 그럽허브(32%), 2위 도어대쉬(29%), 3위 우버이츠(22%), 4위 포스트메이츠(10%)와 그 외 7%로 구성된다. 상위 3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아마존이 기를 펴지 못한 셈이다. 

이는 이커머스 업체가 음식배달시장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부터 패션사업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아마존이 음식배달 사업을 접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소비자들의 관성이나 이용 패턴에 달려있다는 걸 알려준다"면서 "음식 선택은 물건 쇼핑과 달라서 한 앱에서 주문을 마친 후 다른 앱에 옮겨가 추가 주문을 하지 않는다. 매번 할인 쿠폰을 제공하지 않는 한, 자신들의 서비스에 얼마나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지에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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