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작가만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박봉에 업무 강도 역시 높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진로직업박람회에서 참가자가 웹툰 그리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진로직업박람회에서 참가자가 웹툰 그리는 법을 시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직업이 있다. 바로 웹툰 작가다. 일부 인기 작가들의 경우,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면서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큰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웹툰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작가들의 화려한 면만 보고 웹툰 작가를 꿈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실제 웹툰 작가들의 현실은 어떨까.

국내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현 카카오)이 웹툰 플랫폼을 만들면서 급속도로 커졌다. 이후 다양한 웹툰 유료 플랫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15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웹툰시장은 지난해 8800억원 규모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1년에 수억원을 버는 웹툰 작가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정식으로 연재한 작가 300여명의 연평균 소득이 2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웹툰 관계자는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작가들의 연평균 수익은 2억2000만원으로, 월평균 1800만원을 번다”며 “정식 등단한 데뷔 1년 미만 웹툰 신인 작가 수익은 연평균 99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현재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 등 일부 작가들의 경우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웹툰 시장, 부익부 빈익빈 심해

여기까지만 보면 웹툰 작가의 삶은 화려함 그 자체다. 연봉도 높고 인기도 얻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인기 작가에 한해서다. 일반적인 웹툰 작가들의 삶은 어떨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의 절반은 작년 한 해 수입이 3000만원에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1000만원 미만이 7.8%, 1000만~2000만원 미만은 20.0%, 2000만~3000만원 미만은 22.2%로 나타났다. 

반면 업무강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웹툰 작가들의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은 10.8시간, 주중 평균 창작 활동 일수는 5.7일로 조사됐다. 일부 작가들은 일상생활과 웹툰 창작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수면시간과 식사시간을 제외한 모든 일상생활에서 웹툰 작업을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 작가는 설문조사에서 “일할 때는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창작활동을 한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도 머릿속으로 다음 콘티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데뷔를 하지 못한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환경은 더 열악하다. 2년째 도전만화를 연재중인 작가 지망생 김민지(가명·27)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해 웹툰에 도전하게 됐다”며 “2년째 실제 입시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웹툰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혼자서 스토리 콘티, 펜터치, 채색, 대본작업 등을 하다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특히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하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없고, 체력소모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씨의 경우 직장과 병행해 웹툰을 그리고 있어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여유가 있지만, 다수의 웹툰 지망생들은 알바와 병행하며 기약없는 정식 작가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주1회 이상 연재를 목표로 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웹툰 특성상 다른 경제활동과의 병행은 사실상 쉽지 않다.

자료=한콘진
자료=한콘진

◇창작 안정성을 위한 정책 필요해

전문가들은 웹툰 작가들의 창작 안정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웹툰 작가들은 차기작 준비 중 경제적 어려움, 과도한 작업으로 인한 휴식시간 부족 및 건강악화 등을 애로 사항으로 꼽고 있다. 특히 한콘진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58.2%가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으며 일부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는 3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계약 역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계약시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웹툰 작가는 53.0%로 집계됐으며 불공정 계약 사례는 2차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에게 유리한 일방적 계약(26.2%)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불공정한 계약조건 강요(15.8%), 적정한 수익배분률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 및 지연(13.8%), 계약서에 포함된 전문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계약 진행(13.6%) 등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한콘진 관계자는 “웹툰 작가들은 건강보험이 필요하다고 다수가 답변하고 있으나 관련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웹툰 작가들의 직업 특수성을 인식해 웹툰 작가들을 위한 맞춤형 보험혜택에 대한 타당성 연구 및 그에 따른 정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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