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수사로 지난 11일 한차례 불러···‘본류’ 분식회계 수사 위해 재소환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12일 새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삼성그룹이 관련 증거를 인멸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정현호 사업지원 티에프(TF) 사장을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증거인멸 수사를 마무리한 검찰은 이 사건 수사의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정 사장의 재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이튿날인 12일 오전 2시 반까지 약 17시간 반 동안 정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정 사장을 상대로 삼성바이오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증거인멸 작업에 관여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해 5월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분식회계 관련 조치 사전통지서를 받은 뒤 같은 달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정 사장 등 삼성 수뇌부가 참석한 회의(어린이날 회의)를 열고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논의하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 사장이 증거인멸 계획을 승인하고 대책회의 닷새 뒤인 지난해 5월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承志園)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됐다고 의심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증거인멸 사건에서 삼성바이오의 사례처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죄가 적발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증거인멸 논의와 지시 여부를 부인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의 수사는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에 집중된다. 증거인멸 수사가 인멸의 대상이 되는 범죄(분식회계)가 기본적으로 설명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는 만큼 검찰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서도 정 사장에게 물어볼 내용이 많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소환 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이 본류 수사에 집중하면서 정 사장 외에도 삼성 임직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전날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의 내부문건 등을 삭제 및 은폐토록 지시한 혐의로 김아무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아무개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또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한 삼성전자 재경팀의 이아무개 부사장에 대해 구속기간을 연장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세 부사장의 윗선으로 정 사장을 지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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