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현장] 美·中 강대강 매치에 ‘제2사드’로 번질까 초조한 韓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6.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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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퇴출’ 사태로 커진 무역갈등···한국, 미중 사이서 ‘한한령’ 우려
면세업계 “유커·보따리상 방문 감소 우려에 모니터링 강화”
강화된 중국 비자 발급 요건에 주한 중국대사관 “무역전쟁과 관련 없다” 강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유통, 관광업계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유통, 관광업계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미국과 중국 G2국가의 무역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대(對)중 업계에선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 사태로 번졌는데 우리나라도 반(反)화웨이 캠페인에 동참할 경우 제2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가 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이달 초부터 비자 발급 심사 요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한한령(限韓令)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제2사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큰 편이다.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과거 사드 사태 당시와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이 기대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정도 취소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만약 한한령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2017년 중국 내 반한(反韓)정서가 짙어져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60% 가까이 줄고, 수요 수입원인 보따리상 방문도 감소해 유통, 관광업계를 비롯해 중국을 상대로 하는 한국 기업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면세업계, 제2의 사드 사태 대비해 ‘예의주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요 면세점은 최근 화웨이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사드 여파로 유커와 보따리상이 지금도 대폭 감소했는데,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매출 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단합이 좋아 불매운동 확산이 빠른 편”이라며 “한류, K-Pop 등 영향으로 국산 화장품 인기가 좋은 편인데, 만약 제2사드로 번지면 여행은 물론 판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기자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시내면세점에 방문해 중국 유커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유커 대부분은 제2사드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한다”고 했다. 그동안 중국은 무역전쟁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애국주의, 상대국 제품 불매운동을 확산시켜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 티엔진(天津)에 거주하는 리치앙씨는 “미국제품 불매운동은 여전하지만 아직 한국제품에 대한 거부는 없다”며 “하지만 제2사드 사태로 번지면 중국에서 한국산 제품 구매 자제할 가능성은 크다. 나도 당연히 동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커 우이한(23)씨는 “자유여행으로 한국에 오고 싶어 하던 중국 대학생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중국 여행사에서도 지난 사드사태 이후 한국 관광 상품을 게재하지 않고 있다”며 “점차 한국에 대한 애정이 식고 있지만, 제2의 사드 사태가 일어나도 예전처럼 불매운동을 하거나 관광을 금지하는 등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내부에선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제한한 이후 지금까지 베이징과 산동성 등 일부 지역 여행사에 한해서만 한국 단체 관광객 모집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수요가 많은 온라인을 통한 단체 관광객 모집은 전면 금지돼 한국으로 여행가는 유커 수가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 한국인 비자 발급 요건 강화···“무역전쟁과 무관”

주한 중국대사관이 이달 1일부터 비자 발급과 심사 요건을 대폭 강화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대사관은 “무역전쟁과 관련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기상 무역전쟁의 여파가 한국으로까지 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글로벌 IT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한국에게 “미국 편에 서지 말라”며 압박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IT기업들이 중국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미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를 요청하고 있다. 화웨이 측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을 방문해 정상적인 부품 공급 협조를 구하는 등 미중 양국이 IT업계서 맞불을 놓고 있다.

중국은 비즈니스용 상용비자 발급 시 반드시 명함을 첨부하도록 하고, 기존 친필서명 대신 도장 날인을 요구하고 있다. 또 과거 방문했던 중국 방문 비자와 일자는 물론 향후 중국 체류 기간, 세부 일정 등을 하루 단위로 꼼꼼히 기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상용비자는 사업·문화·교육·과학기술 등 교류 목적의 비자로 중국 외교부로부터 위임받은 기관의 초청장이 있어야 발급 가능하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6월1일부터 중국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 1일부터 중국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했다. / 사진=한다원 기자

상용 비자와 함께 중국은 개별 한국 여행객을 대상으로한 일반 관광 비자의 발급 절차도 엄격하게 규정했다. 이전엔 여행사에서 임의로 서명을 대신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정확한 숙소 명칭은 물론, 도장 날인과 관광 일자를 날짜별로 제출해야 한다.

13일 기자는 주한 중국대사관 대행 업무를 보는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에 방문했다. 이달 초부터 비자 발급 기준이 강화돼 당장 중국 출장을 떠나야 하는 직장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베이징으로 출장을 준비 중인 A씨는 “하루 이틀 일정을 적어 내는 것은 이해가지만 저처럼 한 달동안 출장가는 경우엔 일정이 변경될 수도 있는 건데 일별로 일정을 제출하라는 것 자체가 말 안 된다”며 “출장 일정을 미루거나 상황을 지켜보다가 비자를 신청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다롄으로 출국 예정인 김아무개씨(20)는 지난 12일 중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김씨는 “변경된 서류 절차 그대로 진행했는데 거부당했다”면서 “센터 직원말로는 절차가 복잡해졌고, 비자 거부된 이유는 모두 미중 무역전쟁 때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러 짧게 체류하려고 관광비자를 발급했는데 거부당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중국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행사에 참석하거나 공장에 초청받아 가는 경우 비자 발급이 가능했는데, 요새는 공장의 사인이 들어간 도장이 있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졌다”며 “비자별로 금액도 인상됐다. 느슨했던 규정이 엄격해져 여행사 직원들 모두 일부 허용되는 한국행 여행마저 금지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대사관 측은 “비자 발급 기준이 강화된 것은 맞다”며 “최근 비자 신청 시 위조서류를 제출한 사례가 빈번해 관련 기존 서류를 철저히 심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우리 외교부도 “주한 중국대사관은 한국뿐 아니라 여타국에 대해서도 공통으로 적용하고 있고, 특별히 한국에만 서류를 추가하거나 강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화웨이 문제 관련 한중 마찰도 없고, 이번 비자 발급 강화도 무역전쟁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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